후티, 68조원 사우디에 요구...종전 대가·정권 인정 조건
SBS Biz 김종윤
입력2026.11.05 15:37
수정2026.11.05 15:55
[예멘의 후티 반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적대행위 중단 대가로 510억달러(약 68조원)의 배상금과 정권에 대한 공식 인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우디는 10년 넘게 이어진 후티와의 분쟁을 끝내기 위해 협상을 모색하지만, 후티의 무리한 요구와 군사적 위협에 대응할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후티는 최근 사우디 측과의 협상에서 과거 사우디의 공습과 장기간의 봉쇄로 발생한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며 510억달러를 요구했습니다.
후티는 또 자신들을 예멘의 합법적인 통치 세력으로 공식 인정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는 사우디가 남쪽 국경에서 이란 지원을 받는 적대 세력의 존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양측의 갈등은 2015년 사우디가 예멘 내전에 개입해 후티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벌이면서 본격화했습니다.
2022년 휴전 이후 소강상태를 보였던 교전은 올해 여름 후티가 사우디의 석유 시설과 공항을 공격하면서 다시 격화했습니다.
후티는 지난달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사우디를 거의 매일 공격했고, 홍해에서 사우디 유조선을 공격하는 한편, 세계 해상 물류의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전략적 거점까지 장악했습니다.
최근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의 임시수도 아덴에서 약 80㎞ 떨어진 지점까지 진격했는데, 이는 후티가 아덴 일부를 장악했던 2015년 이후 가장 가까이 접근한 것입니다.
사우디는 후티를 상대로 공습을 이어가지만, 전세를 뒤집기 위한 대규모 지상군 투입에는 주저하고 있습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상군 파병에 따를 수 있는 대규모 인명 피해와 국내 여론 악화를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동시에 예멘에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후티와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는 것도 꺼리고 있다고 사우디 당국자들은 전했습니다.
문제는 군사작전에 필요한 우방의 지원도 여의치 않다는 것인데, 과거 사우디의 핵심 동맹이었던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해 12월 예멘 남부의 분리독립 세력 지원 문제로 사우디와 갈등을 빚은 끝에 후티 격퇴 작전에서 완전히 철수했습니다.
사우디는 대신 튀르키예, 파키스탄과 새로운 방위협정 '메카 협정'을 통해 협력을 모색하지만, 튀르키예 의회는 아직 협정을 승인하지 않았고 파키스탄은 예멘 내 공격 작전 참여를 거부했습니다.
이집트 의회는 지난달 사우디에 대한 군사 지원을 승인했지만,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방어 임무에만 참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미국 역시 2025년 후티를 공격한 전력이 있지만, 현재는 후티를 상대로 한 직접적인 군사 지원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이란을 다시 공격할 경우 사우디가 중동의 새로운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동 전문가 크리스티안 코츠 울리히센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 연구원은 후티는 견고한 방어 진지를 구축한 데다 장기 소모전에서 잃을 것도 훨씬 적다며 "사우디 지도부에 실행 가능한 군사적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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