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고개 숙인 '콜 오브 듀티'…반복된 역사·참사 차용 논란
SBS Biz 안지혜
입력2026.10.30 16:24
수정2026.10.31 08:00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의 임무 '노 러시안' (게임 화면 캡처=연합뉴스)]
인기 1인칭 슈팅(FPS) 게임 '콜 오브 듀티' 제작진이 게임 내 삽입된 이태원 참사 보도 영상을 전면 삭제하기로 하고 공식 사과했습니다.
유통사 액티비전은 30일 입장문을 내고 "오는 11월 12일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영상 자료를 삭제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제작진은 "비극적 사건을 연상시키거나 아픔을 경시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며, 상처를 입은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논란이 된 신작 '모던 워페어 4'의 시네마틱 영상에는 참사 당시 심폐소생술(CPR) 장면을 다룬 방송 화면이 약 3초간 포함됐습니다.
유가족 단체 등이 오락물에 실제 참사 영상을 차용한 점에 대해 반발하자 제작진은 출시 일주일 만에 삭제 조치를 결정했습니다.
공항 테러 묘사한 '노 러시안'…세계적 논란 촉발
전 세계 누적 판매량 5억 장을 넘어선 이 프랜차이즈는 과거에도 현실의 역사적 사건이나 민감한 정치·외교적 소재를 게임에 반영하며 여러 차례 논쟁을 낳았습니다.
시리즈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임무 중 하나는 2009년 출시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의 '노 러시안(No Russian)'입니다.
해당 임무에서 플레이어는 러시아 테러 조직에 잠입한 미국 CIA 요원으로 등장합니다. 모스크바 공항에서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들이 무차별적으로 살해되는 현장에 참여하도록 설계됐습니다.
플레이어가 민간인을 직접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의 폭력성과 표현의 한계를 둘러싼 논쟁이 미국과 유럽 등에서 확산됐습니다.
러시아에서는 판매 금지설까지 불거졌지만 액티비전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대신 러시아에 출시한 PC 버전에서 논란이 된 임무를 자체적으로 삭제했습니다. 당시 러시아에는 콘솔 버전이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게임 속 러시아군이 미국 본토를 침공해 워싱턴 D.C.와 백악관 일대가 전쟁터가 되는 설정 역시 현실의 국제정세를 반영했다는 점에서 관심과 논란을 불렀습니다.
케네디 암살부터 중동 분쟁까지…실제 역사·외교 소재화
이후 출시작들에서도 실제 역사적 인물과 국제 분쟁을 소재로 삼는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2010년작 '블랙 옵스'는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고, 주인공 알렉스 메이슨이 케네디 암살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연출을 담았습니다.
역사적 실존 인물의 암살 사건을 게임 서사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같은 작품에서는 쿠바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를 암살하는 임무도 등장했습니다. 이에 쿠바 국영 매체 쿠바데바테가 미국의 과거 카스트로 암살 시도를 게임으로 재현했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출시된 '모던 워페어'에서는 가상의 중동 국가 우르지크스탄을 침공하는 러시아군이 등장합니다. 특히 '하이웨이 오브 데스'라는 임무는 실제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이 이라크군의 퇴각 행렬을 공격한 사건을 연상시켰습니다.
게임에서는 이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각색해 역사적 사건의 책임 소재를 뒤바꿨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제작진은 특정 국가나 사건을 재현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가상의 전쟁을 그린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2022년작 '모던 워페어 II' 역시 현실의 중동 정세를 연상시키는 장면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게임 초반 미국 측 병력이 이란 쿠드스군 소속의 가상 장군 고르브라니를 미사일 공격으로 제거하는 임무가 등장합니다.
이는 2020년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군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작진은 현실의 전쟁과 정치적 갈등을 가상 서사에 반영하는 방식을 이어왔지만, 실제 역사와 사건을 게임 소재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적절성 논란은 반복돼 왔습니다.
이번 신작 역시 북한의 남침이라는 가상 시나리오에 이어 이태원 참사 영상 차용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표현의 자유와 창작물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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