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 없앴는데 더 튼튼…플래그십 GV90 '파격 설계'
SBS Biz 조슬기
입력2026.10.27 16:12
수정2026.10.29 09:44
[자료=현대차그룹 제공]
제네시스가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SUV 'GV90'에 담긴 핵심 기술과 개발 과정을 국내에서 처음 공개했습니다. 넓은 개방감과 안전, 거대한 차체와 정숙성처럼 서로 부딪치는 가치를 타협 없이 동시에 잡았다는 게 제네시스의 설명입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전날 오전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기술로 완성한 새로운 장인정신'을 슬로건으로, 'GV90 테크 데이'를 열었습니다. 연구개발·제조 부문 실무 책임자 12명이 차체 구조와 디자인, 플랫폼, 주행 성능 등 4개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허광훈 제네시스개발담당 상무는 "엔지니어링은 흔히 타협의 기술이라고 하지만 GV90는 고객을 위해 양보할 수 없는 기준부터 세우고 끝까지 지켜냈다"며 "자동차 산업 전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B필러 없앴는데 더 튼튼해졌다…루프 에어백 180도 굴려 검증
이날 테크 데이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상위 모델 ‘GV90 네오룬'의 코치도어 '네오룬 아치 게이트'입니다. 앞뒤 문 사이 기둥(B필러) 없이 두 문이 따로 열리는 구조로, 제네시스는 이를 위해 힌지와 잠금장치, 차체를 모두 새로 설계했습니다. 뒷문을 바깥으로 밀어낸 뒤 회전시키는 '듀얼 모션 힌지'에는 공작기계와 산업용 로봇에 쓰이는 초정밀 직선운동 부품을 적용해, 70kg에 달하는 뒷문이 흔들림 없이 움직이도록 했습니다.
남진우 제네시스클로저설계팀 파트장은 듀얼 모션 힌지 개발 배경에 대해 "스윙과 슬라이딩을 하나로 묶어 자동으로 구현한 사례가 없어 대학 기구학 교재를 다시 펴고 가구 박람회까지 찾아갔다"며 "결정적 힌트는 자동차 밖에서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B필러 대신 문 위아래 두 곳에 잠금장치를 달고, 이를 동시에 풀고 당겨 잠그는 제어 기술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빠진 기둥의 역할은 차체와 문이 나눠 맡습니다. 문 둘레는 '히든 롤케이지' 구조로 하나의 고리처럼 단단히 연결하고 A필러부터 지붕까지 이어지는 골격 안에는 2.5m 길이의 고강도 스틸 튜브를 넣었습니다. 문 안쪽에도 초고강도 스틸 빔을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전복 사고를 가정한 지붕 강도 시험에서 14톤포스 이상의 하중을 견뎠고, 시속 60km 측면 충돌에서도 최소 320mm의 탑승자 생존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이에 대해 제네시스 측은 B필러가 있는 차보다도 높은 강성과 충돌 안전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적용한 루프 에어백은 차량이 뒤집힐 때 천장을 따라 펼쳐져 탑승자가 유리 지붕 밖으로 튕겨 나가거나 머리를 다치는 것을 막습니다. 약 1.4m 길이로 0.08초 만에 천장에 밀착돼 펼쳐져야 하는 만큼 전용 와이어 가이드를 새로 개발했습니다.
검증 방식도 바꿨습니다. 차를 90도가량만 기울이는 기존 시험 대신 실제 사고처럼 180도 이상 회전시키는 전복 시험을 도입해, 실차 40대와 에어백 단품 300회 이상 평가를 거쳤습니다. 손유지 제네시스승객안전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은 "공인 평가 등급뿐 아니라 고객이 실제로 겪을 수 있는 사고까지 대비하고자 했다"고 말했습니다.
'3톤 전기차' 한계를 뛰어 넘다…G90보다 뛰어난 정숙성 눈길
GV90에 처음 적용된 플래그십 전용 'eMP' 플랫폼은 공간과 안전을 함께 겨냥했습니다. 바닥 아래 있던 충전 제어장치와 대시보드 속 공조장치를 차량 앞쪽으로 옮겨 1열부터 2열까지 평평한 바닥을 만들었고 뒤쪽에는 섀시 부품을 위아래로 겹쳐 쌓는 구조로 고출력 모터와 후륜 조향 장치를 넣으면서도 실내를 넓혔습니다. 차체 구조물의 72%에는 알루미늄을 썼습니다.
충돌 설계도 무거운 전기차에 맞췄습니다. 차 앞부분 일부만 부딪치는 사고에선 충격을 옆으로 흘려 차가 장애물을 비켜 지나가게 하고, 정면 고속 충돌 때는 앞쪽 구동계가 배터리 아래로 미끄러져 탑승 공간과 배터리를 보호합니다. 박지웅 제네시스바디아키텍처개발팀 팀장은 "이런 설계는 가벼운 차에선 비교적 쉽지만 무거운 전기차에선 매우 까다롭다"며 "3톤이 넘는 차도 충돌 순간 설계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럭셔리 플래그십의 진짜 품격"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행 성능에선 큰 차체 탓에 급가속 시 앞이 들리는 현상을 잡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이를 억제하는 성능을 경쟁 차종보다 19.5% 높인 서스펜션 구조를 적용했고, 현대차그룹 최초로 고성능 전자제어 쇽업소버를 양산차에 넣었습니다. 전·후륜 좌우 바퀴 구동력을 각각 배분하는 '듀얼 e-LSD'도 탑재했습니다.
정숙성은 브랜드 플래그십 세단 G90보다 낮은 노면 소음 수준을 달성했습니다. 모터 소음의 근본 원인인 진동 힘을 소프트웨어 제어로 최대 40% 줄였습니다. 모든 유리에 차음 유리를, 앞뒤 문 유리에는 기존보다 두 배 두꺼운 차음 필름을 넣었습니다. 독일 아우토반 시속 240km 주행 등 제네시스 차종 중 가장 많은 검증을 거쳐 바람 소리는 당초 목표보다 2dB 낮췄습니다.
디자인에서는 이음매 없는 '달항아리' 같은 외관을 목표로, 헤드램프에 차체와 같은 색을 칠한 뒤 빛이 나오는 부분만 레이저로 깎아내는 공법을 처음 도입했습니다. GV90를 생산하는 울산 EV공장에는 자동화 도장 라인과 AI 비전 검사 설비를 새로 갖추고 색상마다 48차례 미세 조정을 거쳐 부품 간 색 차이를 없앴습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약 320평 규모의 부품 전시관이 마련돼 도장 전 차체와 eMP 플랫폼 실물, 열전이 방지 기술이 적용된 배터리 시스템 등이 공개됐고 개발 연구원 30여 명이 현장에서 직접 설명에 나섰습니다. 아울러 행사장 내 GV90 네오룬과 GV90 실차 총 3대를 함께 전시해, 부품 단위로 살펴본 기술이 완성차에서 구현된 모습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안세진 제네시스프로젝트2실 상무는 "장인이 오랜 시간 집중해 달항아리를 빚듯 GV90에는 수많은 개발진의 노력이 담겼다"고 강조하며 "기술로 완성한 가장 현대적인 장인정신의 결과물"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 8월 테크 브리프에서 공개한 'Sanctuary of Fineness(완벽함이 빚어지는 곳)'에 이은 GV90 테크 필름 시리즈 2편 'Engineered Craftsmanship: Hospitality(환대)'와 'Engineered Craftsmanship: Essence(본질)' 3편이 상영됐습니다.
두 영상은 GV90에 적용된 기술을 하나의 작품처럼 전시하고 그 형태와 원리를 차례로 비추는 방식으로 구성됐습니다. 2편은 네오룬 아치 게이트의 여유로운 개방감과 정교한 실내 디테일로 구현한 제네시스만의 환대 철학을, 3편은 새 플랫폼과 우아한 주행 감각, 빈틈없는 안전 기술로 완성한 플래그십의 본질을 담았습니다. 두 영상은 현대차그룹과 제네시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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