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기름값 충격 완화…단계적 정상화 필요"
SBS Biz 조슬기
입력2026.10.27 13:36
수정2026.10.27 13:47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유가 정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도입한 석유 최고가격제가 기름값 충격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냈지만, 장기화할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정부는 지난 3월 13일 미국·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치솟자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한을 두는 최고가격제를 도입했습니다.
처음에는 리터당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으로 정했고, 이후 여건에 따라 조정해 지난달 19일부터는 10차 상한인 휘발유 1784원, 경유 1773원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이 27일 발간한 '석유 최고가격제의 효과와 정책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한국 휘발유 소매가격의 전년 동월 대비 평균 상승률은 16.5%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은 미국의 휘발유 소매가격 평균 상승률(28.8%) 대비 12.3%p 낮은 수준입니다. 아울러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은 독일(21%) 대비로도 4.5%p 낮은 수치입니다.
아울러 최고가격제가 연료비 부담을 덜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물류비·생산비 상승이 제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번지는 속도를 늦췄다고 평가했습니다. 가계와 기업이 지출과 경영계획을 조정할 시간을 벌어줬다는 겁니다.
다만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1505원에서 1358원으로 떨어진 영향도 있는 만큼, 가격 상승 자체를 막았다기보다 추가 충격을 완충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제도가 길어질수록 부담이 쌓인다는 점입니다. 최고가격제는 원유 조달비용을 낮추는 게 아니라 소비자 부담을 정유사와 정부로 옮기는 구조라, 고유가가 이어지면 정유사 수익성이 나빠지고 이를 메우는 정부 재정 부담도 커집니다.
정유사의 생산·수입 유인이 약해져 품귀가 생기거나, 제도 종료 뒤 눌려 있던 가격이 한꺼번에 오를 위험도 있습니다.
운송업과 농어업은 혜택을 보지만 나프타·가스·전력을 주로 쓰는 석유화학 등 제조업에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한계도 지적됐습니다.
이에 산업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국내 가격에는 3~5%만 반영하는 '밴드형 상한'으로 충격을 나눠 반영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또 정유사 손실 보전은 실제 원유 도입가와 정제비, 정상마진 등을 기준으로 투명하게 검증하고, 지원은 저소득층과 화물운송·농어업·중소제조업 등 피해가 큰 부문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책 성과를 물가 변화만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며 "가계 순부담과 산업 생산·수출, 공급 안정, 재정 부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연구위원은 "국제 제품가격·환율·재고와 국내외 가격 격차에 따라 상한을 조정하고 충격이 완화되면 단계적으로 정상화해야 한다"며 "실제 비용에 근거한 손실 정산, 취약계층과 피해 업종에 대한 선별 지원, 공급 다변화와 효율 개선을 결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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