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고칠까, 새로 지을까…조선 '빅2' 마스가 전략
SBS Biz 조슬기
입력2026.10.24 13:39
수정2026.10.24 13:46
[HD현대는 2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미국 최대 건설·엔지니어링·인프라 기업 '키윗'(Kiewit)과 조선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HD현대가 미국에 조선소를 '새로' 짓기로 했습니다. 한화가 기존 조선소를 사들여 먼저 깃발을 꽂은 미국 시장에, 정반대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입니다.
한화가 기존 조선소를 인수해 빠르게 현지 거점을 확보했다면, HD현대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부지부터 새로 다지는 신설 방식을 택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미 해군 함정 시장을 겨냥하고 있어, 어느 쪽 전략이 먼저 성과를 낼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미 현지시간으로 지난 22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미 최대 건설·엔지니어링·인프라 기업 키윗과 조선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었습니다.
합작법인 이름은 'HD키윗조선'으로 HD현대 측에서는 HD Hyundai USA가 참여합니다. 앞서 양사는 지난 7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현지 선박 공동건조와 블록·모듈 생산 협력을 추진해 왔습니다.
핵심은 신설입니다. 기존 노후 조선소를 사들여 재가동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 조선소를 짓는 프로젝트로, 2027년 착공해 2029년부터 본격 가동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가동 이후 현지 고용 인력은 약 3,000명에 이를 전망입니다.
처음부터 짓는 만큼 설계도 첨단 방식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HD현대가 추진하는 미래조선소(FOS) 모델과 디지털 생산기술을 적용하고, 디지털 트윈과 자동화 생산시스템, 로봇 용접 등을 도입해 설계부터 생산까지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미국 조선업의 고질적 문제인 숙련 인력 부족을 자동화로 메우겠다는 구상입니다.
한화는 정반대 길을 걸었습니다. 한화그룹은 2024년 12월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미국 내 조선 생산기반을 확보했고, 한화시스템이 지분 60%, 한화오션이 4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후 독 2개와 안벽 3개를 추가 확보하고 12만 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를 새로 구축하는 등 총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놓고, 연간 건조 능력을 20척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인수 방식의 가장 큰 강점은 속도입니다. 필리조선소는 한국 기업이 소유한 유일한 미국 내 조선소로, 이미 선박을 짓고 수주를 따내고 있습니다.
한화해운(한화쉬핑)은 중형 유조선(MR탱커) 10척과 LNG 운반선 1척을 발주했고, 필라델피아시는 인허가와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신속 행정' 사업의 1호 프로젝트로 필리조선소를 선정했습니다.
기존 110에이커 부지에 더해 필라델피아 네이비야드 내 47에이커를 추가 임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생산 부지도 넓혀가고 있습니다.
다만 낡은 설비를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성장통도 겪고 있습니다. 필리조선소는 6개 분기 연속 적자로 흑자 전환 목표 시점을 2027년으로 늦췄고, 인수 전 수주한 맷슨 컨테이너선 3척의 첫 인도도 2027년 1분기로 미뤄졌습니다.
추가 확장을 위해 추진하던 뉴저지주 폴스보로 항만 부지 확보가 무산되면서, 미국 남부 주들이 제시한 투자 제안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반된 움직임 속에서도 두 회사가 노리는 시장은 겹칩니다. HD키윗조선은 미 해군 군수지원함과 상선 건조, 미국 내 조선소에 선박 블록과 모듈을 제작·공급하는 사업 기회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화는 이미 이 시장에 발을 들였습니다. 한화디펜스USA와 필리조선소는 선박 설계기업 바드 마린 US의 하청업체로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NGLS)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는데, 이는 필리조선소 인수 이후 첫 미 해군 프로젝트 수주입니다.
지난 7월에는 미 미사일방어청의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인도 업체로도 선정됐습니다.
결국 한화가 선점한 시장에 HD현대가 2029년 이후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구도입니다. 한화가 그때까지 적자와 생산 지연을 털어내고 실적을 쌓느냐, HD현대가 신설 조선소를 계획대로 가동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전망입니다.
물론 HD현대의 미국 조선소 구상도 아직 빈칸이 많습니다. 현재 미국 남부와 서부의 복수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부지와 투자 규모, 지분 구조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신설 조선소가 착공부터 가동까지 최소 2년 이상 걸리는 만큼, 부지 선정과 인허가 속도가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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