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무역흑자 역대 최대…알래스카 LNG 투자 '딜레마'
SBS Biz 신다미
입력2026.10.18 11:42
수정2026.10.18 12:01
[9월 수출 신기록…부산항 물류 현장 (사진=연합)]
우리나라의 올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사상 처음으로 1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수출 호조에 따른 반가운 소식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오늘(18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847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불과 3분기 만에 종전 연간 역대 최대 흑자였던 2024년의 556억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179억달러였던 대미 흑자는 2018년 139억달러, 2019년 114억달러, 2020년 166억달러로 완만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면서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2021년 227억달러, 2022년 280억달러에 이어 2023년에는 444억달러를 기록했고, 2024년에는 556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에는 495억달러로 소폭 줄었지만, 올해 들어 인공지능(AI) 특수에 따른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사상 첫 1천억달러 돌파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흑자 확대가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통상 압박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4월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에 불만을 나타내며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예고했습니다.
이후 같은 해 7월 한국이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자 관세를 15%로 낮췄습니다.
미국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도 지난해 11월 1일로 소급해 25%에서 15%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후 한미 양국은 10개월 넘게 이어진 협상 끝에 지난 1일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가운데 조선업에 배정된 1천500억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2천억달러 규모의 전략투자 부문을 구체화한 것입니다.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1호 프로젝트로 확정했고,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 사업을 2호 프로젝트로 추진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습니다.
남은 쟁점은 3호 프로젝트인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입니다.
양국이 공개한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에는 해당 사업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일 이 사업을 거론하며 한국의 투자를 사실상 확정된 것처럼 언급하고 있습니다.
정부로서는 '상업적 합리성'이라는 원칙에 따라 사업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지만,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알래스카 투자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할 경우 미국의 관세 보복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우리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안 처리 지연을 문제 삼으며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압박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크게 늘어난 대미 무역흑자는 정부의 협상 여지를 더욱 좁히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보다 2천억달러 많은 5천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일본의 올해 상반기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전년 동기 대비 약 23.4% 감소한 점도 부담입니다.
전문가들은 대미 무역흑자 급증이 국내 수출 기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미국의 수요 확대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 전문가는 "대미 무역흑자가 급증한 것은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투자 확대로 반도체·전력기기·철강·건설기계 등에 대한 미국 측 수요 요인이 이례적으로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자동차 등 전통 주력 품목은 부진한 상황이고 데이터센터 투자 등이 둔화하면 흑자 폭도 줄어들 수 있는 만큼 통상 당국이 이를 바탕으로 정교한 방어 논리를 펴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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