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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후티에 고전하는 '맹주' 사우디…유가는 안갯속

SBS Biz 정광윤
입력2026.10.16 10:29
수정2026.10.16 11:19

[앵커]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가 점점 더 센 공격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우디가 더 불안합니다.

분명 사우디가 더 강한 화력을 갖고 있는데, 이번 주 상황만 보면 전세는 비등비등한 것처럼 보입니다.

오히려 후티가 효율적인 비대칭 전술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럴수록 국제유가는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정광윤 기자와 상황 분석해보겠습니다.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가 뚫렸어요?

[기자]

네, 리야드에 있는 킹칼리드 국제공항은 지난 주말부터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세례를 받았습니다.

스무번이나 이어진 공격에 무려 17명이 숨지고, 330명 넘게 다쳤습니다.

지난 2월 말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걸프국에서 가장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나온 건데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까지 안전한 벙커에 몸을 숨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의 정유 시설 역시 표적이 됐고, 본사 건물마저 피해를 입을 정도로 방공망이 수시로 뚫렸습니다.

[앵커]

그간 바닷길을 막고 있던 후티가 왜 사우디 본토로 타깃을 확대한 건가요?

[기자]

후티 측이 홍해 입구를 장악하자 사우디가 반격에 나섰는데, 결과적으론 화만 돋궜습니다.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군은 이달 초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 거점들을 되찾기 위해 대규모 공세를 선언했습니다.

사우디 측도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한 대규모 공중지원에 나섰습니다.

그간 확전을 우려해 개입을 자제해왔지만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하지만 후티 입장에선 해상봉쇄를 넘어 공격을 확대할 좋은 명분이 됐습니다.

곧바로 빈살만 왕세자가 야심차게 추진해 온 '비전 2030' 프로젝트를 겨냥하고 나섰는데요.

이는 리야드를 금융·교통·관광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려는 계획입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후티의 공항 공격이 '비전2030'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보도했습니다.

"경제적 기반과 명성에 최대한 피해를 입히려는 것"이라며 "사우디는 잃을 것이 있지만 후티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는데요.

실제로 이번 공격 이후 사우디의 투자 유치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사우디는 후티만 상대하는 게 아니잖아요?

[기자]

네, 이란과 동맹세력들이 세 방면에서 사우디를 포위한 구도입니다.

지난달엔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가 사우디 송유관에 드론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개전 초엔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 1천여개를 날려보냈는데요.

버나드 하이켈 프린스턴대 교수는 "남쪽 후티, 북쪽 이라크, 동쪽 이란에서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며 심각한 위기라고 지적했습니다.

CNN과 로이터 역시 "사우디가 거대한 국토에 흩어진 공항·송유관·석유시설들을 모두 방어하긴 역부족"이라며 "지켜야할 게 너무 많다"고 짚었습니다.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은 "양면전쟁을 감당할 수도, 후티의 무리한 요구에 굴복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했는데요.

후티는 사우디 측에 자신들이 통제하는 지역의 공무원 급여와 전쟁배상금을 지급하고, 예맨 지역 석유수익을 분배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일머니로 군사력을 키웠을텐데 사우디는 왜 후티를 압도하지 못하는 건가요?

[기자]

포브스는 "사우디 국방비 투자액이 세계 8위 규모지만 군사역량은 후티 반군에 상대가 안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사우디는 약 830억달러, GDP 6.5%에 달하는 금액을 들여 최첨단 전투기와 방공미사일 등을 사들였습니다.

반면 후티 반군이 불법 석유수출 등으로 번 금액은 총 20억달러로 추산되는데요.

이걸 다 군사비로 썼다 쳐도 사우디가 40배 이상 많습니다.

하지만 정작 병력 규모를 따져보면 사우디가 25만명 수준으로, 최대 35만명으로 추산되는 후티에 밀립니다.

전투경험과 효율성에서도 사우디군이 훨씬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정규군과 왕실을 지키는 국왕 직속 군대로 반반씩 쪼개져 있고, 서로 협력하는 대신 경쟁하는 구조입니다.

포브스는 "사우디군이 정보소통 부재로 10만명에 달하는 후티 집결지도 탐지하지 못했다"며 무능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앵커]

왜 이런 군사 체계가 만들어졌나요?

[기자]

쿠데타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군대 규모를 작게 유지하고 분열시켜 왔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과거 이집트, 이라크, 리비아 등지에선 군부가 왕가를 끌어내렸고, 남아있는 이웃 왕정들은 워낙 소국이거나 입헌군주제입니다.

사우디 정도의 인구와 영토, 국력에 전제군주제인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중동 전문가 레이 타케이흐는 "사우디는 군부를 약하게 유지한 덕에 군주제가 전복되지 않은 곳"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 군대가 지금 제몫을 못한다는 건데요.

"싸울 의지 있는 군대, 목숨을 바칠 국민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간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의무만 요구하고 복지를 베풀며 지지를 얻은 사우디 지배층이 현 시스템을 바꾸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결국 미국 등 주변 우방국들이 도와줘야겠군요?

[기자]

네, 하지만 다음달 중간선거 전까지 "당분간 무력행동은 없을 것"이란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프랑스와 영국 등 사우디가 무기를 사주면서 돈을 뿌려온 나라들도 간접지원만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올 8월 '중동판 나토', 메카 협정을 체결한 터키와 파키스탄이 이달 초 방위조약 발동을 선언하긴 했는데요.

터키는 의회 비준 등 절차를 내세워 개입 시점이 불투명하고, 파키스탄은 지금 쿠데타 논란이 불거지는 등 제 코가 석자입니다.

게다가 두 곳 모두 지상군 투입 등 '공격적인 지원'엔 선을 긋는 분위기입니다.

다급해진 빈살만 왕세자는 이집트, 중국에도 도움을 청했지만 하나같이 '심심한 유감'을 표했는데요.

그나마 중국에 등 떠밀렸는지 이란 외무장관이 공개적으로 분쟁 종식을 촉구했는데, 효과가 있을 진 미지수입니다.

[앵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기자]

이란 전쟁과 별도로, 또 하나의 '출구 없는 전쟁'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미 외교협회는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이란과 합의하더라도 후티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대한 위협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후티는 사실상 이란 꼭두각시인 레바논 헤즈볼라 등과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일개 무장세력 수준을 넘어 통치체계를 확립했고, 자체적인 이해득실과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는 겁니다.

이들을 몰아내려면 지상군이 나서야 하지만 현재로선 예멘 정부군 외엔 맞설 병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정부군은 지휘관들이 휘하 병력을 거짓으로 부풀려 급여를 챙기고, 병사들이 적앞에서 저항하지 않고 달아나는 등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앵커]

사우디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국제유가는 쉽게 안정되지 못할 수도 있겠군요?

[기자]

불확실성이 극대화될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수십년간 지정학적 위협에 노출돼온 원유시장의 완충장치로 사우디 예비 생산능력을 꼽았습니다.

이는 '30일 내 가동을 시작해 최소 90일 동안 유지할 수 있는 여분의 생산량'으로 정의되는데요.

미국 셰일오일은 단기간 증산이 어려워 해당하지 않고, 전 세계 산유국 톱3 가운데 2위인 사우디만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우디마저 산유국 1위 미국, 3위 러시아에 이어 전쟁 한복판에 휘말렸다는 건 상당한 위험신호입니다.

또 다음달 초 중간선거 이후엔 트럼프 행정부가 유가를 더 억누를 이유도 줄어들고, 이란·후티 측에 대한 본격적인 보복대응도 예고한 상태인데요.

최근 국제통화기금 IMF는 최악의 경우, 유가가 내년 1분기까지 배럴당 130달러를 찍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앵커]

정광윤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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