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으로 지분 '꼼수 은닉'…한경협 "공시 강화해야"
SBS Biz 신다미
입력2026.10.14 07:50
수정2026.10.14 07:57
행동주의펀드나 헤지펀드가 파생상품을 활용해 지분을 숨기는 것을 막으려면 공시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오늘(14일) 오성근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보유지분 변동 공시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상장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된 자에게 보유 목적과 지분 등을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하는데, 총수익스와프(TRS) 같은 현금결제형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대량보유 보고 대상으로 삼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헤지펀드를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여러 금융회사와 계약을 나눠 맺어 공시 없이 지분을 쌓은 뒤 한꺼번에 계약을 정리해 대주주로 등장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파생상품이 실제 지배력을 숨기거나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보고 상장기업 증권과 관련한 파생상품 계약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경제인협회는 "금융상품의 구조는 갈수록 복잡해지지만, 현행 지분공시제도는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른바 '숨은 지분'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일반주주들의 알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보고서는 지분 분산이 심화한 현재의 시장 여건에서는 3% 보유자도 사실상 대량보유자라고 봐야 한다면서 현행 5%인 보고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영국과 독일의 경우 3%가 보고 기준입니다.
주식 공동보유자 판단 기준도 문제로 꼽았습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당사자 간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합니다.
반면 미국은 명시적 합의가 없어도 다수 투자자가 조율된 행동을 한 정황증거가 있으면 주식 공동보유자로 간주하도록 했고, 일본과 독일도 묵시적 합의나 그 밖의 방법으로 협조하는 경우까지 지분을 합산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오 교수는 "지분공시는 주주활동의 걸림돌이 아니라 일반주주와 기관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을 조기에 걸러내는 경보 장치로 재설계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금융상품이 시장에 출시되고 있으므로 파생상품을 통한 지분 은닉과 공시 사각지대를 메우는 입법이 요구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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