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왜 국감에서 뭇매를 맞았나 [시장 엿보기]
SBS Biz 신현상
입력2026.10.13 09:25
수정2026.10.13 09:26
기업이 정부의 조사를 거부할 수 있을까요?
조사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법적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쿠팡이 바로 이 문제로 어제(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습니다.
논란의 출발점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현장조사였습니다.
공정위는 쿠팡이 가격비교 할인쿠폰을 운영하면서 납품업체에 할인 비용을 부당하게 떠넘겼는지 들여다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쿠팡은 현장조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쿠팡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현장조사 7일 전에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조사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절차적 권리를 지키려 했다는 주장입니다.
조사 절차에 대한 이의 제기 자체는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절차에 대한 이견이 조사 자체를 거부할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조사를 받는다고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사에 협조하면서 위법성이 없다는 점을 밝히면 됩니다.
이의는 제기하되 조사는 받는 것, 그것이 순서입니다.
쿠팡은 이 순서를 뒤집었습니다.
국감장의 비판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공권력에 대한 정면 도전 아니냐"고 따져 물었고, 조사 거부의 경위는 물론 증거 은닉 가능성까지 문제 삼았습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도 "미국 증시 상장이 우리 법과 제도를 무시하는 특혜 면허가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 조사의 성격을 분명히 했습니다.
'공정위가 집행하는 대부분의 법률은 경제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최후의 보루'라고 강조했습니다.
공정위 조사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납품업체처럼 힘이 약한 거래 상대방을 지키는 수단이라는 뜻입니다.
법원도 쿠팡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9월 쿠팡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조사를 멈출 때 생기는 공익상 피해가 쿠팡이 입을 피해보다 크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조사 절차가 적법한지, 쿠팡이 위법했는지를 최종 판단한 것은 아닙니다.
본안 판단은 별도로 이뤄져야 합니다.
쿠팡은 책임 소재에 대한 답변도 흐릿했습니다.
조사 거부는 가볍게 내릴 결정이 아닙니다.
그런데 누가 최종 결정을 내렸느냐는 질문에 쿠팡 측은 내부 논의를 거쳤다고만 답했습니다. 결정은 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쿠팡의 문제는 이번 조사 거부만이 아닙니다.
국감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 보상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일, 서비스 장애에 대한 보상 문제도 함께 거론됐습니다.
각각의 사안은 사실관계와 책임을 따져봐야 합니다.
하지만 소비자와 거래업체가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쿠팡이 어떻게 응답해 왔는지는 짚어볼 대목입니다.
기업에는 조사 절차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권리가 법 집행을 막는 방패가 될 수는 없습니다.
조사가 힘없는 납품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쿠팡을 키운 것은 소비자와 납품업체입니다.
그 신뢰는 빠른 배송만으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기업의 규모가 법 위에 설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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