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피한 중국산, 신흥국·EU 잠식…韓 텃밭 뺏겨"
미국의 관세장벽을 피해 방향을 튼 중국 제조업이 신흥국과 유럽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한국 주력산업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습니다.
산업연구원은 8일 발표한 '국제무역구조 변화 동향과 한국 산업의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이 같은 흐름을 '차이나 레드웨이브(China Redwave)'로 규정하고 한국 산업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상품 수입 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45%에서 최근 15% 안팎까지 떨어졌습니다.
연구원은 미국에서 빠진 중국산 물량은 아세안과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비서방 신흥국으로 향했으며 이들 지역에서 수출량을 늘리면서도 가격은 낮추는 전략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배터리입니다. 조사 대상 신흥국 8곳 중 인도의 중국산 배터리 수입 점유율은 86%, 사우디아라비아와 베트남은 각각 80%, 필리핀은 71%에 달했습니다.
가전 역시 말레이시아(77%), 태국(76%), 인도네시아·브라질(각 75%) 등에서 중국산이 4분의 3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자동차와 기계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 수입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은 인도네시아 42%, 태국·말레이시아 각 41%였고, 기계류는 인도네시아 60%, 태국 52%, 베트남 45%까지 높아졌습니다.
한국이 점유율을 지킨 지역은 안보 장벽이 있는 조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원산지 규정이 적용되는 멕시코, 수입대체 정책을 펴는 인도 등 일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수입액은 지난 10년간 3,564억 달러에서 7,248억 달러로 두 배 넘게 불었습니다. 특히, 태양광(98%), 배터리(90%)는 사실상 중국산이 시장을 독차지했습니다.
전기차(BEV)에 상계관세가 부과된 뒤로는 하이브리드차로 수출 품목을 바꿔 물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한국은 유럽에서 조선·방산, 화장품·바이오시밀러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최근 원료의약품 분야까지 중국 기업이 치고 올라오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을 지키는 한편 산업 전반의 비용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신흥국 현지 투자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준 산업연구원 전략산업연구센터장은 "주력산업의 미래 시장과 경쟁우위를 지키는 데 제1의 위협은 이제 중국"이라며 "반도체 특수로 가려진 K-자형 산업 양극화 현상은 우리 내부의 문제가 주된 원인이라기보다 지난 20년간 지속된 중국 제조업 고도화라는 대외 변수의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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