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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다사, 취지는 맞는데 방법이 틀렸다 [시장 엿보기]

SBS Biz 신현상
입력2026.10.08 09:23
수정2026.10.08 09:29


부실기업은 빨리 퇴출하는 게 맞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실적도 없고 성장 가능성도 낮은 기업이 상장사라는 이유만으로 시장에 오래 남아 있으면,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투자자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코스닥을 '다산다사' 시장으로 바꾸겠다고 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좋은 기업은 쉽게 들어오고,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빨리 나가게 하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올해 2월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내놨습니다.
시가총액 기준을 높이고, 동전주 요건을 신설했습니다.
완전자본잠식과 공시위반 등 퇴출 요건도 강화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맞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방안은 2027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던 시가총액 기준(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을 올해 7월로 앞당겼습니다.
회복 요건도 훨씬 까다로워졌습니다.
기존에는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기준을 연속 10일, 누적 30일을 넘기면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90거래일 안에 연속 45거래일을 채워야 합니다.
재판부가 짚었듯 지정 후 45거래일만 지나도 상장폐지 사유가 생길 수 있는 구조입니다.
90일을 준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45일에 끝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법원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2일 코스피 주연테크와 코스닥 케이엠제약이 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였습니다.
본안 판결이 아니라 잠정적인 결정이고, 관리종목 지정 자체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퇴출이라는 방향이 아닙니다.
시가총액 기준 자체도 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문제는 방법이었습니다.
시가총액 하나만으로 상장폐지가 진행되는데, 기업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충분히 설명할 기회가 부족했습니다. 
법원은 이런 절차가 기업이 의견을 내고 대응할 기회를 지나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봤습니다.
기준 적용 시기를 앞당긴 점과 연속 45거래일이라는 회복 요건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다산다사는 무조건 많은 기업을 퇴출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좋은 기업은 더 쉽게 들어오게 하고,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빠른 퇴출에만 포커스가 맞춰지다 보니 이같은 논란이 발생한 겁니다.

그 혼란은 이미 시장에 번지고 있습니다.
거래소는 7일 시가총액 미달 관리종목 지정은 유지하되, 후속 상장폐지 절차는 유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상장폐지가 결정돼 거래가 멈춘 8개 기업도 거래정지가 계속됩니다.
정리매매가 진행 중이던 세진티에스, 에이에프더블류도 거래가 다시 정지됐습니다.
가처분을 받아들여진 곳은 두 곳뿐이지만, 같은 기준으로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 기업들은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거래소는 이의신청을 하겠다고 했으니, 이 불확실성은 한동안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시가총액 기준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들이 적지 않은 만큼, 이번 법원 결정이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지가 시장의 관심사입니다.

상장폐지는 필요합니다.
지금보다 더 엄격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엄격한 것과 무리한 것은 전혀 다릅니다.
투자자를 지키겠다고 뽑은 칼이 투자자를 베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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