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보다 무서운 건 이것'…췌장암 위험 높이는 식습관
SBS Biz 오정인
입력2026.10.07 17:51
수정2026.10.09 04:00
붉은 고기와 가공육, 당이 많이 들어간 음료를 자주 섭취할수록 췌장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 관찰연구를 기반으로 한 결과인 만큼 특정 식품이 췌장암을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습니다.
9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췌장암 환자는 9,748명으로 전체 암 가운데 8번째로 많았습니다. 2019~2023년 진단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17.0%로, 전체 암 평균인 73.7%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췌장암은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 당시 이미 다른 장기로 암이 퍼진 환자가 43%에 달해 조기 발견이 어려운 암으로 꼽힙니다. 이에 따라 의료계에서는 치료뿐 아니라 평소 위험요인을 줄이는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연구진은 전향적 연구 11편을 분석한 결과를 영국암저널에 발표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췌장암 6,643건을 포함해 약 230만 명에 달했습니다.
그 결과 가공육 섭취량이 하루 50g 늘어날 때마다 췌장암 위험이 1.19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연구에서 식품 섭취량은 식사 설문을 바탕으로 추정됐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붉은 고기는 하루 120g 섭취가 늘었을 때 위험이 1.13배 높아졌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에서는 위험이 1.29배 높아 유의한 결과가 나타났지만 여성에서는 0.93배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 역시 남성에서 나타난 결과가 우연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가공육에 포함된 아질산염에서 생성되는 N-니트로소 화합물이 원인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제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세계암연구기금(WCRF)과 미국암연구소(AICR)는 붉은 고기를 조리 후 기준으로 일주일에 500g 이하 섭취하고, 가공육은 가급적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기준은 췌장암보다는 대장암과 관련한 연구 근거에 기반한 권고입니다.
당이 많이 들어간 음료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연구팀이 암과 당뇨병 병력이 없는 스웨덴 성인 7만7,797명을 평균 7.2년간 추적한 연구에서는 탄산음료를 하루 2회 이상 마신 사람의 췌장암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9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음료에 포함된 당이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빠르게 높이는 데 주목했습니다. 다만 첨가당 섭취량 자체는 위험이 1.69배로 나타났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설탕이 들어간 음료와 무가당 음료를 완전히 구분하지 못했다는 점도 연구의 한계입니다.
혈당과 췌장암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습니다. 2015년 영국의학저널(BMJ)에 실린 메타분석에서는 공복혈당이 10mg/dL 높아질 때마다 췌장암 위험이 1.14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뇨병 전 단계 범위만 따로 분석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식물성 식단이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미국 성인 10만1,748명을 평균 8.86년 추적한 2023년 연구에서는 건강한 식물성 식단을 많이 섭취한 그룹의 췌장암 위험이 낮았습니다.
반면 정제곡물과 당류 등 건강하지 않은 식물성 식품을 많이 섭취한 그룹은 췌장암 위험이 1.38배 높았습니다. 같은 식물성 식단이라도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연구에서 나타난 1.1~1.9배의 위험 증가는 상대적인 위험을 비교한 수치로, 개인의 췌장암 발병 확률이 그대로 2배가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식습관만으로 췌장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국내 전문가들은 특히 흡연을 대표적인 췌장암 위험요인으로 꼽습니다. 흡연과 관련된 췌장암이 전체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췌장암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가공육과 당이 많이 들어간 음료의 과도한 섭취를 줄이고, 붉은 고기 섭취량을 적절히 관리하는 동시에 금연과 혈당 관리 등을 함께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직계 가족 가운데 췌장암 환자가 2명 이상 있는 경우에는 전문의와 상담해 검진 필요성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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