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해킹 사태, 느슨함이 화를 불렀다 [시장 엿보기]
SBS Biz 신현상
입력2026.10.07 10:12
수정2026.10.07 10:21
이번 금융권 해킹 사태를 보면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5대 은행이 비슷한 공격을 받았는데,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하나은행에서는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현재까지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같은 금융권인데 결과는 왜 달랐을까요.
답은 공격이 들어온 길에 있습니다.
이번에 은행의 핵심 금융망이 뚫린 것은 아닙니다.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KB국민은행은 직원용 업무지원 시스템을,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을 공격받았습니다.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처럼 고객이 직접 금융거래를 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외부와 연결된 업무 시스템이 공격 통로가 된 겁니다.
쉽게 말해 철통같이 막아 놓은 정문 대신, 상대적으로 관리가 덜 된 옆문을 노린 셈입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이 옆문을 다르게 관리했습니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된 태블릿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추가 인증을 거쳐야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NH농협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외부에서 내부 업무 시스템으로 접속하는 경로 자체를 제한하고, 이상한 접속을 찾아 차단하는 체계를 운영했습니다.
두 은행 역시 공격 시도를 받았지만 현재까지 정보 유출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어느 은행의 보안이 더 뛰어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한 가지는 분명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은행의 핵심 시스템만 잘 지키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겁니다.
외부와 연결된 작은 시스템 하나까지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이제는 AI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번 공격에서는 AI 기반 침투 도구가 활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실제 공격에 AI가 어느 정도 사용됐는지는 아직 조사 중입니다.
하지만 AI가 해킹에 활용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람이 하나씩 찾아야 했던 보안 취약점을 AI가 훨씬 빠르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방이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성이 있습니다.
성벽을 아무리 튼튼하게 쌓아도 작은 문 하나를 제대로 잠그지 않았다면 공격자는 굳이 성벽을 넘을 필요가 없습니다.
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뱅킹처럼 가장 중요한 시스템을 아무리 단단하게 지켜도, 직원이나 대출모집인, 협력업체가 사용하는 시스템 가운데 하나에 빈틈이 있다면 그곳이 공격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정확히 어떤 빈틈에서 시작됐는지는 아직 조사 중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외부와 연결된 모든 접점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금융당국이 이번 사태 이후 외부에 공개된 전산 시스템과 서비스, 인증과 접속 권한 등을 전면 점검하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은행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기업과 공공기관, 병원도 수많은 외부 시스템과 연결돼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외부에서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은 몇 개인지, 쓰지 않는 계정은 남아 있지 않은지, 협력업체에 불필요한 접속 권한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점검해 봐야 합니다.
이번 사태처럼 AI를 활용하면 보안의 빈틈을 더 빠르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성벽을 높고 튼튼하게 쌓았다고 방심해서는 안됩니다.
관리가 허술한 문은 없는지, 고쳐야 할 곳은 없는지를 끊임없이 살펴야 합니다.
가장 위험한 곳은 가장 중요한 시스템이 아니라,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고 방치한 곳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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