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조절 두고 실리콘밸리 '두쪽'…브레이크 눈치싸움만
SBS Biz 임선우
입력2026.10.02 04:03
수정2026.10.02 05:41
백악관에서 인공지능(AI) 안전 원칙에 함께 서명한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CEO)들이 비공개 회의에서는 AI 위험을 놓고 두쪽으로 갈라졌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에게 “왜 AI 위험을 그렇게 극단적으로 경고하느냐”고 따져 물었고, 아모데이 CEO는 “위험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습니다.
AI 안전의 필요성에는 뜻을 모았지만 위험이 커질 경우 실제 개발 속도까지 늦춰야 하는지를 놓고 빅테크 내부의 균열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모양샙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AI 기업 CEO 20여 명이 오찬을 가졌습니다. 이후 일부 경영진과 백악관 참모들이 안전 원칙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황 CEO가 공개적으로 아모데이 CEO에게 AI의 능력과 위험을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모데이 CEO는 “AI 모델이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대중에게 알리고 위험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도 앤트로픽의 문제 제기에 “업계가 합의한 원칙을 실행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요지로 맞섰습니다.
이날 빅테크 CEO들은 카메라 앞에서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황 CEO와 저커버그 CEO, 아모데이 CEO를 비롯해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초지능에 관한 백악관 협약’에 서명했습니다. 협약에는 강력한 내부 통제와 독립적인 외부 평가, 안전 기준 마련 등이 담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덕적 구속력이 있다. 헌법과 같다”고 했지만 실제 법적 강제력은 없습니다.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충돌 이면에는 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논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황 CEO와 저커버그 CEO는 AI 개발을 늦출 필요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기업의 내부 통제를 강화하면 속도와 안전을 함께 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아모데이 CEO는 AI의 능력이 위험 수준에 이르면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오픈AI와 구글 딥마인드, 스페이스XAI도 안전을 위한 속도 조절 필요성에 목소리를 보탰습니다.
이들의 입장 차이에는 AI를 바라보는 철학뿐만 아니라 각 기업의 사업 구조도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엔비디아는 AI 경쟁이 빨라질수록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가 커지는 수혜 기업입니다. 황 CEO가 감속론에 반대하는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메타는 AI 경쟁에서 오픈AI와 앤트로픽을 추격하는 입장입니다. 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규제 장벽을 세울 경우 선두 업체와 격차를 좁히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앤트로픽과 오픈AI는 앞서 있는 기업들입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안전 기준과 평가 체계가 도입되면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감당할 수 있는 선두 업체에는 유리하고 후발 기업에는 새로운 진입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AI 안전을 둘러싼 논쟁은 기술적 위험에 관한 판단뿐만 아니라 향후 AI시장의 경쟁 질서를 누가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의 문제와도 얽혀 있는 셈입니다.
문제는 위험을 가장 크게 경고하는 기업조차 경쟁에서 먼저 멈춰 서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아모데이 CEO가 개발 속도 조절을 촉구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앤트로픽은 자사 최강의 새 모델을 내놨습니다. 결국 모두가 감속 필요성에는 공감하더라도 경쟁사보다 먼저 브레이크를 밟기는 어려운 ‘AI판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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