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차기 CEO 고심…유한맨 vs. 외부 영입
SBS Biz 우형준
입력2026.09.28 10:48
수정2026.09.28 13:46
내년 3월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의 임기 만료를 앞둔 유한양행의 차기 대표이사 인선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후보군은 김열홍 R&D 총괄사장과 이병만 경영관리본부장 부사장, 유재천 약품사업본부장 부사장 등 3명으로 압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 후보의 색깔은 뚜렷하게 갈립니다. 유한양행이 수십 년간 이어온 내부 출신 전문경영인 승계 기조를 유지할지, 아니면 외부에서 영입한 R&D 전문가를 앞세워 연구개발 중심의 경영 체제로 무게중심을 옮길지가 이번 인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차기 대표 인선, 왜 늦어지고 있나
유한양행의 차기 대표 선임은 당초 업계 예상보다 늦어지는 모습입니다.
유한양행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는 최고경영자 후보군의 적정성을 심의한 뒤 정기주주총회 약 6개월 전에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하도록 돼 있습니다. 조욱제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 15일까지입니다.
과거 승계 일정을 감안하면 후보를 일찍 정해 차기 대표가 취임 전 경영 현안을 파악하고 조직 개편 등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올해는 최종 후보 결정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내부 협의가 복잡해지면서 최종 후보자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임원들 사이에서는 마지노선을 10월로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당초 업계에서는 9월 중 차기 대표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실제 지난 7월에도 이사회가 늦어도 9월 중순에는 최종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는 승계 규정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9월을 넘기면서 이제는 후보 간 경쟁보다 내부 의견 조율이 막판 변수로 부상한 상황입니다.
'유한맨'이냐 R&D 전문가냐…엇갈리는 선택지
이병만 부사장은 1986년 유한양행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영업과 약품사업, 경영관리 등을 두루 경험한 정통 '유한맨'입니다.
유재천 부사장 역시 1994년 입사해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영업을 거친 내부 출신 인사입니다.
반면 김열홍 사장은 고려대 의대 교수 출신으로 2023년 유한양행에 영입된 외부 R&D 전문가입니다. 렉라자를 비롯한 신약 연구개발을 이끌면서 유한양행의 R&D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실어왔습니다.
유한양행은 1969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이후 평사원으로 입사한 내부 출신 인사를 대표이사로 발탁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김 사장이 최종 후보로 낙점될 경우 외부 영입 R&D 전문가가 대표이사에 오르는 첫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부사장이나 유 부사장이 선택되면 기존의 내부 승계 기조가 이어지게 됩니다.
결국 이번 인선은 단순히 세 사람 가운데 한 명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유한양행이 앞으로 '유한맨' 중심의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갈지, R&D와 글로벌 신약 개발에 보다 무게를 둘지를 결정하는 선택으로도 해석됩니다.
최근 유한양행은 렉라자 이후를 책임질 차세대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와 글로벌 사업 확대라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내 의약품 사업의 안정적인 수익성 관리까지 동시에 요구되는 만큼, 차기 대표에게 어떤 경영 역량을 요구할지를 놓고 내부 의견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이사회가 최종 1인을 결정하게 되는 가운데, 인선이 더 늦어질 경우 차기 대표가 내년 3월 정식 취임하기 전까지 경영 전략과 조직 개편을 준비할 시간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습니다.
유한양행이 100주년을 맞아 맞게 된 다음 100년의 첫 수장을 두고, 오랜 '유한맨' 승계 전통을 이어갈지 R&D 외부 전문가를 선택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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