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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전략적 안정' 재확인…AI·무역·안보 평행선 관측

SBS Biz 윤지혜
입력2026.09.26 09:02
수정2026.09.26 09:1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4개월 만에 다시 마주 앉은 미중 정상이 양국 관계의 '전략적 안정' 필요성을 재확인했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물은 아직 파악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공지능(AI) 문제를 비롯해 '무역 전쟁'과 아시아·중동 안보 이슈에서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는 평행선만 그린 것 아니냐는 평가가 가능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할 "엄청난 진전"이 과연 무엇인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도 높게 압박한 "대만 독립 반대"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가 관심사로 남았습니다.

두 정상은 올해 두 차례 더 대면할 전망입니다. 그러나 핵심 현안에 대한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되기보다는 현상 유지 수준에서 머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25일(현지시간)까지 사흘간 워싱턴 DC에 머무른 시 주석의 방미는 4개월 전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중에 대한 답방 성격이었습니다.



두 정상은 세계 양대 경제대국으로서 '전략적 안정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큰 명제를 이번에 재확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불가피한 경쟁 속에서도 파국으로 치달을 충돌은 피하자는 의미입니다.

시 주석은 오늘 트럼프 대통령과의 티타임에서 "존중, 공정성,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안정을 지향하는 건설적 관계"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는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의 연장선에서 상호 존중과 공정을 가미한 버전인데, 대등한 관계 속에 공정한 경쟁을 벌이자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시 주석이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대국을 견제하는 데서 비롯되는 위험인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거듭 경고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힙니다. 미국과 더불어 양강(G2)으로서 중국의 위상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더는 중국을 압도적 힘으로 억누를 수 없게 된 현실을 고려할 때 이같은 좌표 설정이 양국의 "건설적 관계"를 보장한다는 시 주석의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에도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전략적 안정이라는 모호한 외교 수사가 각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을 마주했을 때도 유효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시 주석이 워싱턴에 들고 온 "대만 독립 반대" 요구는 그가 핵심 이익으로 삼은 레드라인이지만, 미국으로서도 대만의 경제·안보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오랜 입장인 '지지하지 않는다'(do not support)를 '반대한다'(oppose)로 바꾸라는 압박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보였을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만약 대만 독립이나 무기 판매에 대해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될 경우 아시아 안보 지형에 큰 충격파가 예상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의 기술적 우위를 미국의 핵심 이익으로 간주합니다. 이를 지키기 위한 미국산 첨단 반도체의 대중(對中) 수출 통제는 협상에서 "논의 대상조차 안 된다"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오늘 선을 그었습니다.

전날 시 주석은 AI를 인류의 통제 아래 두기 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AI 속도조절론이 추격자인 중국을 이롭게 하는 "사기극"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이란에 핵무기를 허용할 수 없다는 명분 아래 시작한 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이란 지원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시 주석에게 분명히 보였다고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 대사가 전했습니다.

이란 전쟁에 대한 시 주석의 반응은 "(중국이) 국면 완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왔으며, 양측이 "조속한 대화·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수준이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습니다.

현재까지 이번 회담의 가장 가시적인 결과물은 화려한 의전과 극진한 예우 속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과시한 우호적 관계입니다. 여기에는 적대국인 중국 정상을 지나치게 환대했다는 미국 내 비판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국익을 놓고 냉철한 셈법이 우선돼야 하는 외교 무대에서 개인적 친분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지적, 그리고 유독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에 호의적인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지향하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다만,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낸 에드가드 케이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보여준 이례적인 대접이 "단순한 휴전을 넘어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이러한 의전은 대통령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시키는 수단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부산에 이어 올해 5월 베이징과 9월 워싱턴까지 1년 새 시 주석과 세 차례 대좌했습니다. 성과 여하를 떠나 과거 미 대통령들보다 중국 정상과의 접촉면을 넓힌 것만은 사실입니다.

두 정상은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어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두 차례 더 대면할 전망입니다. 한 해 동안 양국을 두 번씩 오가는 셔틀 외교입니다.

접촉이 늘어나는 만큼 양국 간 현안에서 해법을 모색할 기회도 많아지는 셈이지만, 만남 그 자체에만 의미를 두게 될 우려도 없지 않습니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치러지는 중간선거 이후 재편될 미국의 정치 지형이 관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패배로 정치적 좌절을 겪는다면 그의 외교적 협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시간을 벌 필요가 있는 시 주석으로선 당장 양국 관계에 변화를 가져오기보다는 현상 유지에 주력하면서 차기 미 대통령과의 담판을 기다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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