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반사이익 본 K-윤활기유, 하반기도 '맑음'
SBS Biz 류정현
입력2026.09.25 11:43
수정2026.09.25 11:52
[SK이노베이션 정유공장 울산콤플렉스(울산CLX) 전경 (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으로 글로벌 고급 윤활기유(그룹3)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윤활기유 사업이 하반기에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단순한 지정학적 반사이익이 아니라 국산 고급 윤활기유가 품질과 공급 안정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대안으로 부상한 결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25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 윤활기유 수출액은 5억9천630만달러(약 8천10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127.0%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수출 물량은 209만6천배럴로 1.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수출액은 두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중동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과 비교하면 물량은 19.6%, 금액은 197.4% 증가했고 평균 수출단가도 배럴당 114.4달러에서 284.5달러로 148.6% 상승했습니다.
윤활기유는 산업용 윤활유와 엔진오일 등의 핵심 원료로 기계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돕는 산업의 혈액과 같은 존재입니다. 특히 친환경·고성능 윤활기유인 그룹3 제품은 에너지 전환과 고효율 산업구조의 핵심 보조 소재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그룹3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SK이노베이션 산하 SK엔무브와 에쓰오일이 있습니다. 특히 SK엔무브는 글로벌 그룹3 시장에서 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생산능력 기준으로도 세계 1위입니다.
그룹3 윤활기유는 한국 외의 주요 생산국인 중동 국가들이 전쟁으로 생산시설이 타격을 받으면서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진 상태입니다.
지난 3월 이란의 공격으로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의 셸·카타르에너지 합작 설비인 펄 GTL의 가동이 어려워지며 하루 2만2천배럴의 그룹3 공급 부족이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ADNOC)와 바레인 국영 석유공사(Bapco) 등 중동 주요 업체들의 설비 문제까지 겹치며 고급 윤활기유 공급망 전반이 경색됐습니다.
업계에서는 중동 지역 정유 설비 타격이 윤활기유와 관련 원료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 글로벌 그룹3 생산량이 평년 대비 약 30% 줄고, 내년 1분기까지도 약 8%의 공급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업계는 고급 윤활기유의 글로벌 공급 안정성을 유지할 핵심 축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룹3 시장은 엄격한 품질 규격과 완성차 및 산업 고객사의 인증, 장기간 축적된 품질 안정성이 필요한 고난도 시장이기에 공급 공백에도 대체 공급자가 진입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입니다. 한국과 중동 외 지역에서 그룹3를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설비도 극히 제한적입니다.
또 국내 업계는 그룹3 시장 태동기인 1960년대부터 축적해온 배합 기술을 통해 전동화 전환과 첨단 산업 확대 흐름 속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기반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SK엔무브가 독자 개발한 그룹3 제품은 전기차 배터리와 데이터센터 등의 전력 효율을 높이는 윤활유의 원료로도 쓰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정유·석유화학·고급 윤활기유 생산과 글로벌 판매망, 첨단 기술력을 함께 갖춘 거의 유일한 국가로서 중동발 공급난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대체 공급망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업황 강세가 이어지고 국내 정유업계의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윤활기유는 2분기 실적 개선을 주도한 효자상품이 된 데 이어 연간 실적까지 큰 폭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옵니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SK이노베이션의 3분기 윤활유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79% 늘어난 약 1조2천3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연간 윤활유 영업이익은 약 3조1천500억원, 전체 연간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약 11조8천억원으로 예상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도 에쓰오일의 연간 윤활 부문 영업이익 추정치를 약 1조6천700억원으로 상향하고, 전체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인 약 5조2천억원으로 전망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공급망 위기는 최근의 정유사 실적 개선을 넘어 한국 윤활기유 산업의 제조 경쟁력과 공급망 가치를 보여준 계기"라며 "글로벌 핵심 고객사들의 장기 조달처로서 한국 기업들의 위상도 한층 강화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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