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90%가 '가짜'…금융위, 가상자산 시세조종 4건 고발·통보
SBS Biz 이민후
입력2026.09.23 15:49
수정2026.09.23 15:49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이용해 가상자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거나, 가장매매로 거래량의 90% 이상을 부풀린 불공정거래 사례가 금융당국에 적발됐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오늘(23일) 제16차 정례회의에서 가상자산시장 불공정거래 4건의 혐의자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통보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사건 가운데 3건은 자동매매 프로그램(API) 등을 활용한 초단기 시세조종 사건입니다.
한 사건은 친형제 관계인 두 혐의자가 각각 다수의 가상자산을 대상으로 같은 수법의 시세조종을 벌인 사례입니다.
혐의자들은 지정가 고가매수 주문으로 시세조종 물량을 매집한 뒤 API를 이용해 소액의 시장가 매수와 매도를 빠르게 반복했습니다.
소량의 거래가 잇따라 체결되면서 호가창이 계속 움직여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보이는 이른바 '호가창 반짝임 효과'를 만들어 일반 투자자의 매매를 유인했습니다.
이같은 행위로 높은 가격의 매수 주문을 넣어 시세를 끌어올린 뒤 목표 가격에 도달하면 보유 물량을 빠르게 처분해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고발 당한 건에서는 거래소의 API 주문 횟수 제한을 피하기 위해 타인 명의 계정까지 동원됐습니다.
혐의자는 가격 변동성이 컸던 가상자산 수십 종을 미리 대량 매수한 뒤 본인 계정으로 지정가 고가매수 주문을 넣어 가격을 끌어올렸습니다.
동시에 타인 명의 계정에서는 소액의 시장가 매매를 고빈도로 반복해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꾸몄습니다.
이후 미리 높은 가격에 걸어둔 매도 주문이 가격 상승 과정에서 차례로 체결되도록 해 보유 물량을 처분한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했습니다.
가상자산 운영사가 직접 거래량을 조작한 사례도 적발됐습니다.
해당 운영사의 임직원 등은 자신들이 발행·운영하는 가상자산을 대형 거래소에 추가 상장시키기 위해 이른바 '마켓메이킹 업자'를 고용하고 차명계좌를 이용해 가장매매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은 대형 거래소 상장에 여러 차례 실패하자 중형 거래소에 먼저 가상자산을 상장한 뒤, 계정 간 반복 매매를 통해 거래량을 인위적으로 늘렸습니다.
이같은 가장매매가 해당 가상자산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한 비중은 90%를 넘었습니다.
부풀린 거래량은 기존 거래소의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하는 데 활용됐고, 다른 대형 거래소에 추가 상장을 추진하기 위한 자료로도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해당 가상자산의 발행재단은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였고, 실제 발행과 운영은 국내 법인이 담당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 투자에 있어 가상자산 설명서와 백서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며 "발행재단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일 경우 실제 가상자산의 운영 주체, 국내외 유통수량, 프로젝트 진행경과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API를 활용한 초단기 시세조종 등 유사한 이상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견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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