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장애인 일자리 만들라더니…국가기관 10곳 중 6곳 '외면'

SBS Biz 서주연
입력2026.09.23 11:35
수정2026.09.23 16:34

정부가 장애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 공공기관에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품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 구매하도록 하고 있지만, 지난해 국가기관 10곳 중 6곳은 목표를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2025회계연도 결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표준사업장 생산품 우선구매 비율을 달성하지 못한 국가기관은 전체 58곳 가운데 34곳으로 58.6%에 달했습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장애인을 10명 이상 고용하고 전체 근로자의 30% 이상을 장애인으로 채우는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장입니다. 지난해 기준 873곳에서 장애인 19639명이 일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중증장애인은 15645명으로 79.7%를 차지합니다.

정부는 표준사업장 설립 때 작업·편의시설 등에 투자금액의 75%, 최대 10억원까지 지원합니다. 대신 지원금 3000만원당 장애인 1명을 새로 고용하고 7년간 고용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장애인 고용을 유지하려면 안정적인 판로가 중요한 만큼 공공기관에는 전체 구매액의 0.8% 이상을 표준사업장 생산품과 용역으로 우선 구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기관의 미달 비율은 다른 공공부문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우선구매 목표 미달률은 지방자치단체 12.3%, 공기업 9.7%, 준정부기관 8.8%에 그쳤습니다. 국가기관의 58.6%와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준수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배경으로 우선구매 실적이 경영평가에 반영되는 점을 꼽았습니다. 그러면서 “우선구매 실적이 저조한 국가기관 등을 대상으로 구매비율을 달성할 수 있도록 각종 업무평가에 반영하는 등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판로가 확대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판로 문제는 표준사업장의 존속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인증을 스스로 반납하거나 취소된 표준사업장은 206곳으로, 현재 인증을 유지하고 있는 873곳의 23.6%에 해당합니다. 지난해에만 자진반납 50곳, 인증기준 부적합 15곳 등 65곳이 인증을 반납하거나 취소했습니다. 운영기간이 확인되는 인증취소 사업장 202곳 가운데 79곳, 39.1%는 인증을 받은 뒤 1~3년 안에 문을 닫았습니다.

예산처는 인증을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데 대해 “표준사업장 운영 및 판로 개척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 초기 표준사업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공공기관 구매의무 준수 강화와 판로 확대를 통해 고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습니다.

노동부는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평가 반영과 매년 실적 공개 등을 통해 우선구매를 유도하고, 구매비율 상향과 표준사업장 수의계약 근거 마련 등 제도 개선을 이어왔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지난해 국가기관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의무 구매비율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 SBS Medianet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서주연다른기사
통행료 0원이면 뭐하나 휴게소 물가에 '헉'
'길을 잃었어요'…외국인 관광객 SOS, AI가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