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준회원국' EU 수장 돌발 제안에 '어안이 벙벙'
SBS Biz 김종윤
입력2026.09.17 16:17
수정2026.09.17 16:49
[ EU 수장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AFP=연합뉴스)]
캐나다에 유럽연합(EU)의 첫 준회원국 지위를 부여하자는 EU 수장의 돌발 제안에 회원국들 사이에 냉랭한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서 열린 연례 정책 연설에서 캐나다를 EU의 첫 준회원국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는데, 이 자리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도 함께 했습니다.
EU와 캐나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노골화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맞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해왔고, 트럼프 시대에 캐나다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은 EU 회원국들 사이에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그러나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준회원국 지위 제안은 사전에 회원국들과 충분히 협의되지 않은 안건이라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회원국들 사이에선 준회원국이 정확히 무얼 의미하는지 불명확할뿐더러, EU 수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문제도 아니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슈테판 코르넬리우스 독일 정부 대변인은 16일 베를린이 캐나다와 "새로운 파트너십 모델에 대해 논의"하는 데는 열려 있지만, '준회원국'이라는 용어는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습니다.
폴리티코 유럽판이 접촉한 익명의 유럽 외교관 4명도 집행위가 자국 정부에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고 불평했습니다.
한 외교관은 이런 비밀주의를 "위험하고 현명하지 못하다"고 비판하며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최근 EU 대사들과의 오찬 자리에서도 이 아이디어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외교관은 자국 정부가 사전에 전달받은 위원장 연설문 사본에는 '준회원국 지위'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캐나다와의 논의 내용을 잘 아는 또 다른 외교관은 "사실 (준회원국 지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폴리티코는 EU 집행위원장이 연설 내용을 각국 수도에 사전에 알릴 의무는 없지만, 캐나다에 예외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공식적인 계획이라면 각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독일 사민당 소속 유럽의회 의원 레네 레파지는 폴리티코에 "새로운 회원국 모델은 사실상 조약 개정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캐나다 준회원국 지위에 대한 광범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EU 집행위 내부에서도 드러났습니다.
EU 확대담당 조직의 한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우리 팀은 해당 제안에 대한 논의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기자들에게 노르웨이와 스위스 같은 파트너국들이 EU 규정을 따르고 심지어 EU 공동 예산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에 앞서 캐나다에 대한 특별 대우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제안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 EU 관리는 이번 제안을 옹호하며 "우리는 회원국들을 화나게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더 긴밀한 관계를 원하는 제3국들을 화나게 할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의회의 중도 성향 정치그룹 '리뉴 유럽'(Renew Europe)의 대표이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가까운 발레리 아이에르는 자신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더 깊고 전략적인 EU-캐나다 관계" 제안을 위원장이 받아들인 것에 대해 "매우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FT와 인터뷰에서 "캐나다는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싶어 하며, 이처럼 더 위험해진 세상에서 우리는 과감하게 나서서 그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EU 관계자들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내달 29∼30일 캐나다에서 카니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기 전 각국의 지지를 얻어내야 하는 난관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 EU 외교관은 FT에 "EU 각국 수도 사이에서는 나중에 다른 가입 후보국들에도 적용될 수 있는 선례를 만들 의향이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외교관은 폴리티코에 약 10년 전 서명된 EU-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CETA)을 아직 비준하지 않은 EU 회원국이 10개국에 달하며,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을 아직 승인하지 않은 국가도 3개국이나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캐나다와 보다 과감한 협정을 체결하려면 EU 각국 정부의 정치적 의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폴리티코는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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