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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스펙' KB발 인사 판갈이 시작됐다

SBS Biz 오수영
입력2026.09.17 16:06
수정2026.09.19 09:33

[앵커] 

현 양종희 회장의 전임자였던 윤종규 전 회장은 무려 3 연임에 성공하며 9년간 KB금융을 이끌었습니다. 



그래서 양종희 현 회장이 이렇다 할 구설이나 흠이 없었는데도 연임에 실패했다는 점이 더 주목받는 모습입니다. 

이런 이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오수영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차기 회장 후보로 선택된 이재근 글로벌사업부문장은 어떤 인물입니까? 

[기자] 



이재근 부문장은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한 뒤 재무·전략과 영업, 비은행 인수합병까지 두루 경험한 '재무통'입니다. 

2022년 당시 업계 최연소로 KB국민은행장에 올랐었습니다. 

은행과 지주를 모두 경험한 내부 출신으로, 재무와 전략은 물론 글로벌 사업까지 그룹 전반을 아우르는 경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앵커] 

사실 양종희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기존 세간의 평가였습니다. 

이변이 벌어진 셈이죠? 

[기자] 

KB금융 회추위의 선택은 금융권에서 '파격적인 세대교체'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양 회장이 역대 최대 실적과 주주환원 성과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현직 회장의 연속성보다 변화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KB 회추위는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다만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해 온 가운데 나온 인선인 만큼, 이사회의 독자적인 판단과 당국 기류를 둘러싼 해석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이야기한 시장의 해석, 좀 더 구체적으로 전해주시죠. 

[기자] 

이번 회장 선임 과정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회추위원 7명 중 이명활·차은영·김선엽·서정호 사외이사 등 4명이 양 회장 취임 이후 회추위에 새로 합류했다는 점입니다.
 

나머지 조화준·최재홍·김성용 사외이사는 윤종규 전 회장 때 선임됐습니다.
 

최종 후보가 되려면 회추위 7명 중 최소 5명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기존 회추위원 3명이 모두 이 후보를 지지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양종희 회장 때 새로 합류한 4명의 사외이사 중 최소 2명은 이재근 후보 선택에 합류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양 회장 임기 중 회추위 구성이 절반 이상 바뀌었는데도 현직 회장에게 유리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인선은 이사회가 경영진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그 거리 유지에 정부가 일정 부분 역할을 했을 거란 해석도 있죠? 

[기자]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금융권의 폐쇄적 승계 관행을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모두 연임에 성공하면서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편안이 늦어지면서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고, 금융당국도 이런 분위기가 부담스러웠을 겁니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KB 회추위를 지배구조 개편안의 중요한 변곡점이자 기준점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KB 이사회 역시 이런 분위기를 일정 부분 의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이를 뒷받침하듯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바로 한마디 거들었죠? 

[기자] 

이찬진 금감원장이 금융지주와 금융회사 경영진의 지배구조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비교적 강한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특히 금융지주 자회사 CEO 승계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 있다며 금융회사 이사회에 변화를 주문했습니다. 

앞서 이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문제와 이른바 '셀프 연임' 관행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습니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계속 늦어지는 가운데, 이 원장이 다시 한번 금융회사들의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시선을 아예 정책으로 옮겨 보죠.

이번 KB의 결정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안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현직 회장 대신 내부 후계자를 선택한 KB의 결정은,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승계 절차의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를 둘러싼 논의를 더욱 키우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CEO 연임 제한뿐 아니라 회장 후보 발굴과 검증, 이사회 역할까지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얼마나 구체화할지가 핵심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강경훈 /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 금융당국은 (KB가) 연임을 안 시키고 새로운 인물이 됐으니까 그것 자체는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은 계속돼야 할 것 같아요. 사실은 은행장한테 지주회사에서 다 지시한 건데 은행에서 잘못하면 은행장만 딱 책임을 묻고 지주는 연결고리가 다 끊어져 있더라고요.] 

[앵커] 

이변이 없다면 이재근 후보가 오는 11월 회장직에 오를 텐데, 관심사는 연말 자회사 인사죠? 

[기자] 

이재근 후보는 지난 14일 선임 이후 첫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나이를 기준으로 세대교체를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우선, 나이가 어려도 능력이 있으면 승진시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아울러 1966년생인 이재근 회장이 와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자회사 사장들이 물갈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데 대해 '능력 있는 후배가 있어서 등용했다'는 명분을 세운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계열사들 상황이 어떻습니까? 

[기자] 

주요 계열사 CEO 12명 중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이홍구 KB증권 WM부문 사장, 성채현 KB부동산신탁 사장, 박찬용 KB데이타시스템 사장 등 4명이 이재근 후보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12명 중 강진두 KB증권 IB부문 대표와 곽산업 KB저축은행 대표를 제외한 10명의 임기가 오는 12월 끝납니다.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이환주 국민은행장인데, 국민은행은 이 행장 취임 첫해인 작년 4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고,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2조 2254억 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1.7% 증가했습니다. 

그룹 핵심 계열사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점은 연임에 긍정적이지만, 새 회장 취임 직후 이뤄지는 첫 은행장 인사라는 점이 변수입니다. 

[앵커] 

KB뿐만이 아닙니다. 

5대 은행장 모두 임기가 끝물이죠? 

[기자] 

5대 금융에서 5대 은행장 포함 54명의 CEO들이 올 연말 임기가 만료됩니다.
 

KB의 깜짝 인사 영향이 경쟁 금융그룹에도 번질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신한금융은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비롯한 12명, 하나금융은 이호성 하나은행장 등 13명, 우리금융은 정진완 우리은행장 등 12명, NH농협금융은 강태영 농협은행장 등 7명이 연말 인사 대상자입니다. 

실적 위주로 연임 여부가 판단되던 기존 인사 관행을 KB가 이번에 깨면서, 이 같은 기류가 타 지주들에도 영향을 줄지가 관심사입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은행 계열 지주사들에 통상 은행장의 2년 임기를 기본으로 하고, 경영성과 등을 따져 1년 단위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이른바 '2+1 구조'가 있어왔는데요.

이 같은 관행도 이제는 보장할 수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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