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부풀린 먹거리·플랫폼 업체 1조원 탈루혐의…국세청 조사
SBS Biz 오서영
입력2026.09.14 09:49
수정2026.09.14 12:00
국세청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담합과 독·과점 등 불공정행위를 비롯해 원가를 부풀려 최종 소비자에게 물가 부담을 전가하는 업체들의 탈루혐의를 포착해 세무조사에 나섭니다. 이들의 탈루혐의 금액은 1조 원에 달합니다.
오늘(14일) 국세청은 "조사 대상은 41개 업체로, 농축산물·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 등 체감 물가와 밀접한 먹거리 관련 업체 38개와 패션잡화 등 생활 소비재를 취급하는 플랫폼 업체 3개가 포함됐다"라고 밝혔습니다.
'금란'인데…배우자 명의로 실체 없는 양계장 차려 '세금 회피'
먹거리 관련으로는 농축산물 유통업체 23개가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수급 불안을 내세워 출하가를 인상해 온 계란 생산농가, 할당관세 혜택을 사유화한 농산물·육류 유통업체 등입니다. 이 중 11개가 계란 생산농가(양계 농장)이며 12개가 곡물·과일·육류 수입·유통업체입니다.
양계 농장들은 3~5년에 걸쳐 수십억 원 대의 수익을 축소 신고했습니다. 일부 업체는 계란 가격을 높여 받을 뿐 아니라 거래처에 계산서 수수 없는 무자료 거래를 요구하고 판매대금은 비사업용 계좌를 통해 수취해 은닉했습니다. 또 다른 업체는 대표 배우자 명의의 실체 없는 양계장을 차려 매출을 분산한 다음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곡물·과일·육류 수입·유통업체들은 허위로 경비를 부풀리고 매출 신고를 누락했습니다. 0%의 할당관세율로 돼지고기를 수입해 온 한 업체는 매출처와의 거래 관계 중간에 대표자 자녀 명의의 유령 사업자를 끼워 넣어 유통 마진을 챙긴 후 단기간에 폐업하여 할당관세 혜택을 가로챘습니다. 참깨 등을 수입하는 한 업체는 저율관세할당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위장 업체를 설립한 후 매출액을 위장 업체에 분산해 귀속시켰습니다.
소스·만두 제조업체, 사주 자녀 다니는 해외 법인에 비자금 조성
원가 부담을 과도하게 전가하는 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배달 업체 15개도 조사 대상으로 선정됐습니다. 이 중 가공식품업체 12개에서는 부당한 원가 왜곡 행태와 비정상적 회계 처리가 포착됐습니다.
최근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소스, 만두류 제조업체인 A사는 퇴직 임원이 설립한 특수관계법인에 수수료를 과다 지급하고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의 물류센터 사용료를 대신 지출해 이익을 빼돌렸습니다. 사주 자녀가 본부장으로 근무 중인 해외 현지법인에 투자금 명목으로 고액을 송금해 역외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종합식품업체 B사는 원재료비와 물류비 등 제조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공식품 가격을 대폭 인상하며 실제로는 국내외 특수관계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제품 원가에 포함했습니다.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관계회사에 귀속돼야 할 경비를 업무와 무관하게 대신 지출하거나 국외 관계사에 거액의 금전을 지원하면서도 이자는 받지 않았습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3개는 핵심 원부자재 공급가를 인상해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 이중으로 부담을 준 가운데 방만한 내부 경영과 고의적인 세금 탈루행태가 드러났습니다.
전국적으로 2천여 개의 가맹점을 갖춘 C사는 사주의 개인적인 지출을 가맹점주 지원 관련 비용으로 둔갑시키고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유원지 내의 알짜 직영점을 무상으로 양도한 후 재료를 저가 공급하는 등 비합리적으로 손실을 떠안았습니다. 또 다른 가맹본부는 사주가 직원 명의로 가맹점을 운영하며 소득을 분산하고, 수억 원짜리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3대나 취득했습니다.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를 맡은 협력업체로부터 감리용역 대가와 각종 리베이트를 수취한 후 은닉하고, 가맹 희망점주가 부담한 창업 컨설팅 비용을 부당히 손금에 산입해 수입금액을 축소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배달·패션 플랫폼사들, 부가세 부당 공제에 고의적 매출 누락
배달 플랫폼 업체 1개와 패션 플랫폼 업체 2개도 조사 대상으로 포함됐습니다.
배달 플랫폼 D사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대규모 출혈경쟁을 지속하면서 소비자 가격 인상을 초래했습니다. 막대한 프로모션 비용은 음식점, 슈퍼마켓 등 입점업체에 수수료와 광고비 형태로 떠넘겼습니다. 이렇게 국내에서 창출한 1조원대의 이익을 세금 부담 없이 해외 지배주주에게 이전했으며, 해외 관계사에 업무지원 용역을 무상 제공하고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부당 공제받은 혐의가 확인됐습니다.
패션 플랫폼 E사는 경쟁사 대비 우월적인 지위에서 패션 시장 전반의 물가 상승 압력을 유발했습니다. 월등한 플랫폼 이용률을 매개로 입점업체에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거나 기습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식입니다. 변칙적인 회계 처리를 통한 고의적 매출 누락 외에도 특수관계법인에 광고비와 용역비 과다 지급, 재고자산 고가 매입에다 법인 명의로 고가 아파트를 임차해 사주가 개인적으로 거주하는 전형적인 사익편취 행위도 드러났습니다.
국세청은 "재료비·유통비용 등 가격 인상의 명분이 되는 생산 원가의 적정성과 거래처와의 정상 거래 여부 그리고 법인자금 유출로 부를 축적해 온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중점 점검"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차명계좌를 통한 수익 은닉이나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명의대여 등 조세범죄 혐의가 드러날 경우 즉시 조세범칙 사건으로 전환됩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많이 본 'TOP10'
- 1.국민연금 추납 아무나 안 된다…"실업·양육 공백만"
- 2.서울 버스기사 연봉 8500만원 시대?…16일 버스 멈출라
- 3."어차피 비싸서 집 못 사"…30대 마저 청약통장 버렸다
- 4.블랙핑크 로제가 아이폰 들자…삼성의 '한마디'
- 5.'첫 집 사는 30대들, 몰려간 동네'…어디길래?
- 6.신발 모시던 가전의 퇴장…삼성·LG 발 뺐다
- 7.로또 1등 12억 당첨됐는데…"그래도 회사는 가야죠"
- 8.홍라희 보유 삼성전자 지분 이재용 회장이 매수…1.9조 규모
- 9.'믿고 낳으라더니'…경기도 산모들 날벼락 무슨 일?
- 10.[단독] 현금 더 늘렸다…SK하이닉스 '현금 50%·주식 50%'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