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달러 눈앞이라는데…체감 안되는 이유?
SBS Biz 윤진섭
입력2026.09.08 08:21
수정2026.09.08 10:16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 GNI가 올해 처음으로 4만 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12년 동안 3만 달러대에 머물렀는데, 원화 가치가 오르고 반도체 수출까지 호조를 보인 영향입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라는 숫자가 곧바로 국민들의 체감 소득 증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지난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9원 내린 1,340.5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에는 1,334.7원까지 떨어졌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연평균 환율은 1,471.4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1인당 GNI는 약 4만179달러로 추정됩니다. 연평균 환율이 1,478원 이하로 유지되면 4만 달러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구 5천만 명 이상 국가 가운데 1인당 GNI가 4만 달러를 넘은 나라는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5곳.
한국도 이른바 ‘4만 달러 클럽’에 들어서는 겁니다.
그런데 숫자와 체감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습니다.
4만 달러는 달러로 환산한 1인당 국민소득의 평균적인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이지, 내 월급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분기 가계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23만5천 원으로 1년 전보다 5.2% 늘었습니다. 하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 증가율은 0.4%에 그쳤습니다.
소득이 늘어도 물가가 오르면서 실제로 살 수 있는 물건과 서비스는 크게 늘지 않은 겁니다.
여기에 세금과 이자 같은 비소비지출도 늘었습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가계가 체감하는 여유는 제한적입니다.
특히 올해 4만 달러 진입에는 원·달러 환율 하락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원화로 계산한 국민소득이 늘어난 데다 원화 가치까지 높아지면서 이를 달러로 환산한 숫자가 커지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1인당 GNI는 지난해 3만6천 달러대에 머물렀습니다. 원화 기준 소득이 늘었음에도 고환율이 달러 환산액을 끌어내렸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반도체 쏠림 현상도 변수입니다.
올해 1~8월 한국의 수출액은 6천93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52.8% 증가했는데, 반도체 수출은 2천812억 달러로 무려 169.6% 급증했습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40%에 달합니다. 반도체가 벌어준 달러와 원화 강세가 ‘4만 달러’를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셈입니다.
반대로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성장률은 물론 국민소득과 환율까지 동시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도 한때 4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엔화 약세와 성장 정체가 겹치면서 다시 3만 달러대로 내려왔습니다.
여기에 해외 투자 확대 등으로 달러 수요가 늘어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대로 올라설 가능성도 변수입니다.
결국 ‘4만 달러’는 한국 경제가 커졌다는 분명한 신호이지만, 국민들이 이를 체감하려면 소득 증가뿐 아니라 물가와 주거비, 이자 부담을 넘어 실제 쓸 수 있는 돈이 늘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숫자로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지만, 서민들의 지갑은 아직 그 숫자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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