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판 흔드는 집중투표제…10일 본격 시행
SBS Biz 엄하은
입력2026.09.06 09:23
수정2026.09.06 09:26
[정기 주주총회 입장 대기하는 주주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소수주주가 추천한 후보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집중투표제가 오는 10일부터 본격 시행됩니다.
대주주 중심으로 구성돼온 이사회에 변화를 가져오면서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지만 이사회 내부 갈등과 경영 안정성 저하,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제도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오늘(6일) 재계에 따르면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한 주식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갖고, 이를 특정 후보 한 명이나 일부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사 3명을 선임할 경우 주식 1주를 가진 주주에게 3개의 의결권이 주어지고, 이를 특정 후보 한 명에게 모두 행사할 수 있습니다.
기존 단순투표제에서는 이사를 한 명씩 선임하기 때문에 대주주의 의결권을 소수주주가 넘어서기 쉽지 않았습니다. 집중투표제를 활용하면 여러 소수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표를 집중해 이사회에 진입시킬 가능성이 커집니다.
집중투표제는 지난 1998년 상법에 도입됐지만 그동안 회사가 정관을 통해 적용을 배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개정 상법에 따라 오는 10일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의 정관상 집중투표제 배제가 금지됩니다.
이에 따라 일정한 보유 기간과 지분 요건 등을 갖춘 주주가 집중투표를 청구하면 해당 기업은 이사 선임 과정에서 이를 실시해야 합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대주주 중심으로 구성돼온 대규모 상장사 이사회의 구도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나 기관투자자 등이 다른 주주들과 연대해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집중할 경우 이사회 구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한층 커질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집중투표제 확대가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견제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옵니다.
이사회가 대주주의 이른바 '거수기' 역할을 하면서 소수주주 권익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 확대와 맞물려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도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재계의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소수주주 측이 추천한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하더라도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사회 내부 갈등과 의사결정 지연만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적인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기업 경영에 개입하거나, 핵심 기술과 경영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 이사회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향후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 후보와 소수주주·행동주의 펀드 측 후보가 맞붙으면서 이사 선임을 둘러싼 표 대결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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