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4개 항만공사 통합 추진…지역·노조 "경쟁력 하락" 반발
SBS Biz 김종윤
입력2026.09.03 17:25
수정2026.09.03 17:27
정부가 3일 지역별로 분산된 4개 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해당 지역에서 우려와 반발이 터져나왔습니다.
정부는 항만공사 통합으로 운영 효율성과 항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지만, 지역사회에서는 항만별 특성과 자율성을 훼손하고 지방분권에 역행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관련 기자회견에서 부산항만공사·인천항만공사·울산항만공사·여수광양항만공사를 '한국항만공사'(가칭)로 합치겠다고 밝혔습니다.
4개 항만공사를 지역 지사로 개편해 지역별 특화사업을 펼치겠다는 방침인데, 정부는 항만공사 간 기능 중복과 과당경쟁을 줄이고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통합의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은 기자회견에서 "에너지·항만 등 국가 인프라와 관련된 공공기관의 기능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해 급격한 정책 환경 변화와 미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성숙 국무총리 역시 "지금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크고 작은 많은 문제들의 출발점에 수도권 1극 체제와 국토 불균형이 있다"며 "(발표된) 정책들은 메가프로젝트, 5극3특 성장엔진 추진 등과 연계해 수도권 과밀 완화와 지역 성장동력 마련을 위한 상징적·실질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항만공사 4곳에 속한 노조는 정부의 통합 방침에 일제히 반발했습니다.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IPA) 노조는 공동 성명을 내고 "물리적 통합은 지역 항만의 특성을 무시하고 세계적 항만 운영 흐름에도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중앙 집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든 항만공사를 다시 중앙집권화하는 것은 시대 역행"이라며 "명분과 합의도 없는 4개 항만공사 통합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항만공사가 있는 각 지역의 시민사회와 지자체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인천항발전협의회 관계자는 "인천항은 수도권의 관문항이자 대중국 교역을 책임지는 국가 핵심 인프라"라며 "단순히 기능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하는 것은 항만의 현실을 보지 않은 처사"라고 말했습니다.
또 "이는 결국 '옥상옥' 같은 행정"이라며 "항만별 특성과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외면하고 지역사회와 사전 논의도 없이 추진된 항만공사 통합에 반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광양에서는 항만공사의 독립성이 지역 경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을 들어 통합에 반대했습니다.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장 출신 박성현 광양시장은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전남광주 동부권에 본사를 둔 유일한 국가 공공기관"이라며 "광양항은 광양제철소와 여수 국가산단을 뒷받침하면서 원자재 수입과 제품 수출의 물류비를 절감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지역 경제 근간"이라고 말했습니다.
항만마다 기능과 배후 산업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통합이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를 비롯한 부산지역 6개 단체는 긴급 성명에서 "세계 주요 항만들은 획일적 통합이 아니라 항만별 전문성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기능과 배후 산업, 발전전략이 전혀 다른 항만공사를 하나의 중앙집중형 조직으로 묶고 기존 항만공사를 지역 지사로 격하시키는 것은 항만별 전문성과 자율성,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을 약화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지역 정치권도 항만공사 통합이 지역 항만의 자율성과 특화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인천 연수을)은 보도자료를 내고 "인천항만공사를 통합공사의 지역지사로 격하하는 방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는 인천항만공사의 독립성과 자율적인 정책·사업 결정권을 약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변화"라고 주장했습니다.
울산항만공사가 있는 울산 남구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도 "정부의 '답정너' 식 졸속 통합은 오히려 물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지역의 특성에 맞게 분산돼 있는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하는 것은 당초 항만공사법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거니와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 정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특히 울산항은 석유화학·에너지에 특화돼 있는데 통합 뒤에도 이러한 차별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수·순천·광양 등 전남광주 동부권 3개 시의회도 지난달 18일 지역 현안 공동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여수광양항만공사를 비롯한 전국 4개 항만공사 통합 추진 중단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다만 공공기관 개혁을 통한 효율성 제고라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번 통합이 실제 항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부산해양강국범시민추진협의회는 성명에서 "정부가 통합 근거로 제시한 항만 간 과당경쟁과 기능 중복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 검증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항만별 수익의 재투자 원칙과 투자 우선순위, 자산·부채 관리기준을 먼저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항만공사 통합을 서두르기에 앞서 대한민국 항만의 국제경쟁력을 기준으로 통합정책을 재검증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는 "통합으로 항만공사 간 기능을 조정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지난 25년간 각 항만공사가 지역사회와 밀착하면서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통합은 그 흐름을 다시 되돌리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는 각 항만공사가 해당 지역과 협의하며 항만을 관리하고 있지만 하나의 공사로 통합되면 항만에서 발생한 수익을 어느 지역에 얼마나 투자할지를 놓고 지역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며 "통합을 추진한다면 항만공사의 기능뿐 아니라 관련 기관과의 역할 분담도 함께 재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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