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힌 바이오벤처…'구원투수' 나선 제약사들 [취재여담]
SBS Biz 우형준
입력2026.09.03 16:06
수정2026.09.03 18:23
바이오벤처의 자금 조달 환경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전체 벤처투자 시장은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했지만, 바이오 분야에서는 기업공개와 투자 유치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유망 바이오벤처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며 새로운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상장해도 주가 급락…바이오 IPO 시장 '찬바람'
단백질 분석 플랫폼 기업 프로티나는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공모 과정에서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1천199대 1을 기록했고, 상장 첫날 주가도 공모가 1만4천 원보다 25.4% 오른 1만7천5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습니다.
프로티나는 한때 12만 원을 넘어섰지만, 지난 2일 종가는 3만700원으로 52주 최고가 대비 약 75% 떨어졌습니다.
웨어러블 의료기기 기업 시어스 역시 지난해 초 1만원대였던 주가가 연말 13만원대까지 오르며 큰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조정을 거쳐 현재는 2만원 안팎까지 내려온 상태입니다.
상장 과정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이후 부진하면서, 비상장 바이오벤처들의 기업가치 평가에도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한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최근 코스닥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보니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도 과거처럼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려워졌다"며 "투자 유치나 IPO를 추진하는 과정 자체가 상당히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신규 상장 기업은 6곳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11곳에서 5곳 줄어든 것으로, 약 45% 감소했습니다.
상장 전 단계인 예비심사 청구 기업도 올해 상반기 9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곳보다 줄었습니다.
그렇다고 벤처시장 전체에 돈이 마른 것은 아닙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규 벤처투자는 8조8천6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3% 증가했습니다.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바이오·의료 분야에도 1조5천41억원이 투자됐습니다. 전체의 17% 수준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면서 바이오벤처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졌습니다.
특히 신약 개발 기업은 임상 단계로 넘어갈수록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한 바이오벤처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VC(벤처캐피탈)들이 바이오 쪽에는 투자 권유를 안 하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임상을 하려면 수억 원씩 드는데, 투자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돈줄 막힌 바이오벤처…제약사가 직접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직접 투자자로 나서고 있습니다.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9곳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18개 기업에 모두 474억원을 직접 투자했습니다.
100% 자회사 출자나 펀드 투자를 제외한 외부 기업 직접투자입니다.
특히 투자금의 64.5%인 306억원이 신약개발 바이오텍에 집중됐습니다.
가장 큰 투자는 동구바이오제약이 신약개발 기업 디앤디파마텍에 집행한 106억2천만원입니다.
셀트리온은 미국 자가면역질환 신약 개발사 카이진에 61억6천만원, SK바이오팜은 방사성의약품 전문기업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에 44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국내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도 이어졌습니다.
한미약품은 인테라와 몰젠바이오에 각각 30억원과 10억원을 투자했고, 파마리서치는 코넥스트와 휴레이포지티브에 총 5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대웅제약은 의료영상 AI 기업 프로메디우스를 비롯해 인메드데이터, 아이쿱, 티알 등 4개 기업에 약 7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동아에스티도 스마트병원 솔루션 기업 피플앤드테크놀러지에 20억원을 투자하는 등 신약뿐 아니라 의료AI와 디지털헬스 분야로 투자 영역을 넓혔습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유망 기술과 신약 파이프라인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바이오벤처는 임상 등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집니다.
특히 신약개발은 임상 단계가 진행될수록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IPO와 VC 투자에만 의존하기 어려운 바이오벤처들에게 제약사의 직접 투자가 새로운 자금조달 창구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많이 본 'TOP10'
- 1.현직 장관도 교체 몰랐다?…전격 개각 의미는?
- 2.'1억 넣으면 이자만 385만원'…정기예금 1000조원 넘었다
- 3.[숏폼] 케빈 워시 VS 베센트 "목적지는 같다"
- 4.월 468만원 벌어도 기초연금 받는다…정부가 손보려는 '이 기준'
- 5.이자 못 내 집 넘어간다…아파트·빌라 3만채 경매행
- 6.10년·8만원 부으면 서울시가 연금 준다?…뭐길래
- 7.'국민연금 따라 사볼까'…한 달 새 쓸어담은 종목은?
- 8.'여긴 아직 싸다'…서울 아파트, 중저가 지역으로 다시 몰린다
- 9.'애플워치 반에 반값도 안돼'…5만원대 스마트워치 상륙
- 10.75만원짜리 '다이슨 칫솔' 등장…칫솔에 AI 카메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