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야마 "트럼프, 폭군 대신 그저 부자될거라 착각"
SBS Biz 송태희
입력2026.09.01 08:12
수정2026.09.01 09:36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기 직전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자유주의가 공산주의와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역사는 끝났다"고 주장했습니다.
1992년 출간된 그의 주저 '역사의 종말과 마지막 인간'에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자유 시장의 순기능이 인간의 욕망을 흡수해 인간의 역사가 한차원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당시 뉴욕의 부동산 거물 도널드 트럼프를 거명하며 후쿠야마 교수는 트럼프가 시장 경제를 갖춘 자유민주주의 내에서 자신의 '경제적' 야망을 충족할 수 있는 인물 중 하나라고 썼습니다.
오는 9월 8일 회고록 '마지막 인간의 영역에서'(In the Realm of the Last Man) 출간을 앞두고 진행한 뉴욕타임스와의 현지시간 31일 인터뷰에서 후쿠야마 교수는 30여년 전 트럼프 등에 관한 판단은 완전히 오판이었다고 인정했습니다.
"당시 내 생각은 그들이 폭군이 되는 대신 엄청난 부자가 되는 길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저 부자가 되는 것만으로는 그(트럼프)에게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당시 체제 안에서 부(富)를 축적하는 데 만족할 것으로 보았던 경제 엘리트의 야망이 정치적 권력욕과 결합해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를 흔드는 단계까지 변할 줄 몰랐다는 얘기입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같은 포퓰리스트들의 등장이 자유주의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후쿠야마 교수는 전작 '자유주의와 그 불만'에서 우파의 위기 요소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전 대통령 등을 꼽았습니다.
이들이 선거로 얻은 권력을 법원과 사법체제, 비당파적 국가 관료제, 독립적인 언론,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행정 권력 등 자유주의 핵심 제도를 공격하는 데 사용했다는 점에서입니다.
후쿠야마 교수는 자유민주주의가 직면한 현재의 위기에 대해 인류가 일종의 '순환적 시스템'에 갇혀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라크전 이후 지속된 자유주의의 위기에 대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가 가져다준 평화와 번영의 시기를 거치다가, 이에 지루함을 느끼고 스스로 체제를 파괴하려 드는 순환적 시스템에 갇혀 있는지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권위주의와 전쟁으로 우리 자신을 던져 넣었다가, 거기에 피로감을 느끼면 '아, 어쩌면 다시 자유민주주의로 돌아가야 할지도 몰라'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베를린 장벽 해체 이후 정립된 자유민주주의 체제(정·正)가 현재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이라는 도전(반·反)을 맞아 흔들리고 있지만, 인류가 이 혼란에 피로감을 느낀 뒤 결국 다시 민주주의의 가치로 회귀(합·合)할 수 있다는 변증법적 분석인 셈입니다.
ⓒ SBS Medianet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많이 본 'TOP10'
- 1.현직 장관도 교체 몰랐다?…전격 개각 의미는?
- 2.[단독] 전기차 캐즘 끝 보인다…현대모비스 연 30만대 심장 가동
- 3.국채금리 누르자 더 뛰는 비트코인·금…어디까지 오를까?
- 4.[숏폼] 케빈 워시 VS 베센트 "목적지는 같다"
- 5.'정년 늘려봤자 뭐하나'…평균 53세에 책상 빼는 게 현실
- 6.월 468만원 벌어도 기초연금 받는다…정부가 손보려는 '이 기준'
- 7.10년·8만원 부으면 서울시가 연금 준다?…뭐길래
- 8.'축의금 얼마가 적당?'…10만원 냈다가는 민망?
- 9.'한국 안사는 중국인 가족까지 부양?'…국민연금 규정에 '분통'
- 10.중국서 2천만원 아이오닉V, 국내서도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