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삼양사, 담합하고도 2100억원 면죄부?…리니언시 또 논란

SBS Biz 김한나
입력2026.09.01 07:15
수정2026.09.01 07:18

대상과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개 제당업체가 전분과 전분당 가격을 7년 넘게 담합한 혐의로 7천476억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그런데 제재 결과를 놓고 '리니언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담합에 참여한 것으로 지목된 4개 업체 가운데 삼양사는 자진신고 감면제, 이른바 리니언시를 적용받아 2천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대상은 2천341억 원의 과징금을 부담하게 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상·사조CPK·삼양사·CJ제일제당은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7년 5개월 동안 총 13차례에 걸쳐 전분당 판매가격의 인상·인하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하고 실행했습니다.

전분당은 옥수수를 분쇄해 만드는 전분과 이를 분해해 생산하는 물엿·포도당·액상과당 등을 통칭합니다. 라면과 빵, 과자 등 각종 가공식품의 원재료로 사용되며 제지·철강 등 산업 분야에서도 접착과 코팅 소재로 활용됩니다.



이들 4개 업체의 국내 기업 간 거래 전분당 시장 점유율은 86.4%에 달합니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은 옥수수 가격이 오르면 원가 상승분을 거래처에 전가하기 위해 판매가격 인상을 합의하고, 반대로 옥수수 가격이 떨어질 때는 거래처의 가격 인하 요구에 대응해 인하 폭을 최소화하거나 시기를 늦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격 변경 폭과 시기만 맞춘 것도 아니었습니다.

환율과 원료가격 등 가격 변경의 근거부터 거래처에 공문을 보내는 시기까지 구체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담합 이행 여부도 서로 감시했습니다. 상대방 회사에 직접 방문해 합의 내용이 공문에 제대로 기재됐는지 확인하고, 우체국까지 동행해 실제 공문이 발송됐는지 점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총 7천475억7천800만 원으로, 담합 사건 과징금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업체별로는 대상 2천341억4천100만 원, 사조CPK 2천1억3천200만 원, 삼양사 2천103억4천만 원, CJ제일제당 1천29억6천500만 원입니다.

하지만 삼양사의 경우 당초 2천억 원이 넘는 과징금이 부과됐음에도 최종적으로 과징금과 시정조치를 모두 면제받았습니다.

삼양사는 공정위 전원회의 의결에 따라 과징금 부과명령 등을 면제받았다는 내용의 의결서를 받았다고 공시했습니다. 리니언시 제도가 적용된 결과로 알려졌습니다.

리니언시는 담합에 참여한 기업이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하거나 조사에 협조할 경우 과징금을 감면해주는 제도입니다.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을 적발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문제는 담합에 참여한 업체들 사이의 부담 차이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상은 오는 10월 29일까지 2천341억 원의 과징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지난해 말 자기자본의 21.34%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대상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약 1천706억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한 해 영업이익보다 많은 과징금을 내야 하는 셈입니다.

사조CPK와 삼양사의 지난해 영업이익도 각각 361억 원과 1천117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삼양사는 당초 이들보다 큰 2천억 원대 과징금이 예정돼 있었지만 리니언시 적용으로 전액 면제됐습니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와 함께 제당업체들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분당 제품의 가격을 담합 이전 경쟁 수준으로 독자적으로 재결정하도록 명령했습니다. 향후 3년간 반기마다 가격 변경 내역도 보고해야 합니다.

공정위는 이와 별도로 제당업체들의 전분당 입찰 시장 가격 담합과 글루텐 등 전분당 부산물 분야의 가격 담합 혐의에 대해서도 제재 절차에 착수했습니다.

추가 담합이 확인될 경우 과징금 부담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담합 과징금이 부과됐지만, 한편에서는 2천억 원대 과징금이 전액 면제되는 결과가 나오면서 리니언시 제도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질 전망입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김한나다른기사
삼양사, 담합하고도 2100억원 면죄부?…리니언시 또 논란
농식품부, 양곡수급관리위 출범…쌀 초과생산 3%시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