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고래' 시장 흔들어도 규제 사각…금융위서 제도 보완론
SBS Biz 신다미
입력2026.08.28 13:56
수정2026.08.31 18:11
대규모 자금을 바탕으로 특정 가상자산 가격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코인 고래'를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금융위원회 공식 회의에서 제기됐습니다.
오늘(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1일 정례회의에서 가상자산시장 시세조종과 부정거래 행위 금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자를 고발하는 안건을 심의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혐의자가 거액을 동원해 국내와 해외 가상자산 시장에 동시에 자금을 투입하고, 해당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높인 뒤 시세를 조종한 사례입니다. 해당 혐의자는 문제가 된 특정 가상자산 시장에서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이후 국내외 시장에서 동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가격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금융위 심의 과정에서도 이 같은 특수성이 주목 받았습니다. 한 금융위원은 해당 혐의자가 자료상 '일반투자자'로 분류된 것을 두고 "이런 부류의 사람들을 과연 우리가 일반투자자로 봐도 되는 것인지"라며 전문투자자나 별도 명칭을 통해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질의했습니다. 이어 EU MiCA에서 다루는 시장지배자 개념을 국내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금융감독원 가상자산조사국 관계자는 "가상자산에는 일반투자자와 전문투자자를 구분하는 제도가 따로 없다"며 해당 혐의자가 매매를 통해 상당한 자산을 축적했지만 별도로 부동산관리업을 영위하고 있어 전업 투자자로 보기 어려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보다 핵심적으로 다뤄진 것은 해당 혐의자가 가진 '시장지배력'이었습니다.
금감원은 이 혐의자가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시장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 상태에서 매매유인과 시세조종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에 영향을 미친 데 더해 실제 시세조종 행위까지 확인됐기 때문에 형사 고발했다는 설명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EU는 시세조정 유형이 명문화됐습니다. EU의 가상자시장법(MiCA)는 특정 투자자가 가상자산의 공급이나 수요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이를 이용해 가격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고정하거나 불공정한 거래조건을 만드는 행위를 시장조작의 한 유형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EU에서는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행사하는 것 자체를 위험한 행동으로 보고 행정제재를 할 수 있다"며 "여기에 매매유인이나 시장조작까지 있다면 추가적인 제재가 가능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시장지배적 지위를 어디서부터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EU 역시 명확한 수치 기준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MiCA에도 특정 가상자산 거래의 몇 % 이상을 차지하면 시장지배자로 본다는 식의 일률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아직 실제 제재 사례도 충분히 축적되지 않아 국내 당국이 참고할 만한 구체적인 사례가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반면 국내에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보유하거나 행사한다는 사실만으로 제재할 수 있는 별도 근거가 없습니다. 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더라도 그 자체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매매유인이나 시세조종 등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돼야 형사조치가 가능합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든 그렇지 않든 매매유인을 했다면 형사고발을 할 수 있다"며 "이번 사건도 시장지배적 지위 자체가 아니라, 그 지위를 가진 상태에서 매매유인과 시세조종을 했기 때문에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시장지배력을 판단할 기준을 당장 수치로 정하기는 어렵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아직 관련 사례가 사실상 이번 건 정도이고 판례도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며 "조사와 수사, 법원 판결이 축적되다 보면 어느 정도 수준을 시장지배적 지위라고 볼 수 있는지 사후적으로 기준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논의가 곧바로 국내에 MiCA식 시장지배자 규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어느 정도의 시장점유율이나 거래 비중부터 시장지배적 지위로 볼 것인지 일률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번 사건처럼 한 투자자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상태에서 국내외 시장을 동시에 활용해 시세를 움직이는 사례가 현실화한 만큼, 향후 유사 사례가 축적될 경우 시장지배적 투자자를 어떻게 포착하고 관리할지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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