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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걷게 하고 재활까지 관리…커지는 ‘AI 헬스케어’ [현장]

SBS Biz 우형준
입력2026.08.19 14:41
수정2026.08.19 18:53

국내 최대 규모의 헬스케어 전시회인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6)가 오늘(19일) 서울 코엑스에서 막을 올렸습니다.

수백 개 기업이 모인 행사장 한쪽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입고 걸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이었습니다.



웨어러블 로봇 전문기업 휴로틱스가 선보인 보행재활 엑소슈트 'H-Medi'입니다.

기존 재활 로봇과 달리 의복처럼 입을 수 있도록 크기를 줄인 것이 특징입니다. 고관절 움직임을 보조해 환자가 보다 안정적으로 보행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아예 걷지 못하는 환자를 대신해 걷게 하는 장비라기보다는, 재활을 시작해 어느 정도 걸을 수 있지만 아직 근력이 부족한 환자를 주요 대상으로 합니다. 특히 회복기나 퇴원 이후 환자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임익현 휴로틱스 의료사업그룹장은 기존 재활 로봇이 중증 환자의 보행 재활에 집중했다면, H-Medi는 그다음 단계에 있는 환자들이 실제 생활에서 걷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장비라고 설명했습니다.



휴로틱스가 중앙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연구팀 등과 진행한 임상 연구에서도 가능성이 확인됐습니다.

65세에서 79세 고령자 42명을 대상으로 3주간 보행 훈련을 진행한 결과, H-Medi를 활용한 그룹은 일반 훈련군과 비교해 발뒤꿈치 접촉 면적이 늘고 앞발에 집중됐던 압력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화로 인해 무너진 보행 패턴을 보다 안정적인 방향으로 개선할 가능성을 확인한 겁니다.

결국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걷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다시 제대로 걸을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인 셈입니다.

임익현 그룹장은 H-Medi의 최종 목표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착용할 수 있는 '아이언맨 수트'에 비유했습니다. 옷을 입듯 착용하면 필요한 순간 힘을 보태고,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을 줄여주는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치료를 넘어 예방·예측·관리까지…커지는 디지털 헬스케어
이번 KHF 2026 현장을 둘러보면서 이런 기술이 휴로틱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AI를 활용한 진단부터 환자 모니터링, 디지털 치료, 재활까지 의료의 다양한 영역에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올해 KHF 2026에는 4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려졌습니다. 특히 의료 인공지능과 로보틱스를 앞세운 병원 지능화 기술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끈 곳은 대웅제약이 마련한 대규모 전시 공간이었습니다.

약 20개 부스 규모로 꾸려진 '대웅 얼라이언스'에는 휴로틱스를 비롯해 씨어스, 스카이랩스, 메디컬에이아이, 아크, 티알, 퍼즐에이아이, 아이쿱, 프로메디우스, 에버엑스, 올쏘케어, 엑소시스템즈 등 12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참여했습니다.

각 회사가 내놓은 기술은 조금씩 달랐습니다.

웨어러블을 활용한 환자 모니터링부터 의료 AI, 만성질환 관리, 디지털 치료, 재활까지 분야도 다양했습니다.

그런데 대웅제약이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 이유는 단순히 여러 기업의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대웅제약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에 가깝습니다.

대웅제약은 이번 KHF를 계기로 '대웅 얼라이언스'라는 브랜드를 공식적으로 선보였습니다. 기술력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과 협력해 병원과 일상의 건강 데이터를 연결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대영 대웅제약 디지털헬스팀장은 "대웅 얼라이언스가 단순히 12개 회사를 모아놓은 형태가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대웅제약과 함께할 수 있도록 만든 공식적인 협력 채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기존 치료 영역을 넘어 환자의 건강 데이터를 연결해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부터 치료 이후의 관리까지 이어가겠다는 겁니다.

대웅제약이 강조하는 건 이른바 '4P' 패러다임입니다. 예방(Preventive)·예측(Predictive)·정밀(Personalized)·참여(Participatory)를 기반으로 의료 전 주기를 바꾸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팀장은 무선이나 웨어러블 기술을 활용해 환자가 직접 검사 장비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검사 장비가 병동으로 찾아오는 환경을 예상했습니다. 더 나아가 병원에서 퇴원한 뒤에도 과거력이 있는 환자가 집에서 건강 상태를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사후 관리받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대웅제약이 내세우는 강점은 직접 모든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각 분야에서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과 손잡고 대웅제약이 가진 병원 네트워크와 영업·마케팅 역량을 결합하겠다는 겁니다.

대웅제약은 오랜 업력과 영업망을 기반으로 각 기업의 기술을 실제 의료 현장에 연결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결국 이번 전시장에서 확인한 건 AI와 로봇이 의료진을 대체한다는 미래만은 아니었습니다.

환자의 걸음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부터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모니터링 기술까지, 이미 의료 현장 곳곳에서 디지털 기술이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퇴원 이후 집에서도 상태를 확인하고 재활이 필요한 환자는 기술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이번 KHF 2026에서 본 디지털 헬스케어의 변화는 결국 하나로 모였습니다. 치료를 잘하는 병원을 넘어, 환자의 일상까지 관리하는 의료. AI와 로봇 기술이 만들어갈 의료의 다음 모습이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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