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든 보험인데 유족이 받는다?…놓치기 쉬운 '단체보험금'
SBS Biz 이민후
입력2026.08.14 17:15
수정2026.08.15 08:00
[보험금청구서(사진=연합뉴스)]
가족이 갑작스럽게 숨지면 유족들은 고인이 생전에 가입한 보험도 확인하게 됩니다. 보험증권을 찾아보거나 보험가입조회 서비스를 통해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이 있는지 살펴보게 됩니다.
그런데 고인이 직접 가입하지 않은 보험에서도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사망보험금이 있습니다. 바로 직장에서 임직원을 위해 가입한 단체보험에선데요. 회사에서 가입한 보험이지만 반드시 근무 중 발생한 사고만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 내용에 따라 퇴근 후나 휴일 등 업무와 관계없는 사고로 사망한 경우에도 단체보험의 보장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식사 중 질식사…회사 단체보험 1억원 누구 몫?
오늘(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월 28일 현대해상을 상대로 사망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A씨의 유족 2명에게 각각 5천만원씩 모두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사건은 지난 2023년 9월 충북 청주시의 한 식당에서 발생했습니다. B사 대표와 일부 직원들이 함께 식사하던 중 피보험자인 직원 A씨의 기도에 음식물이 걸렸습니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이틀 뒤 음식물 흡인에 의한 질식과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숨졌습니다.
당시 회사는 A씨를 비롯한 소속 직원들을 피보험자로 하는 단체보험에 가입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A씨에게 책정된 상해사망 보험금은 1억원이었습니다. 보험계약자와 사망보험수익자는 회사였습니다.
회사 측은 대표와 직원들이 함께했던 식사 자리에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해 보험금을 회사가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반면 유족들은 참석이 강제되지 않은 사적인 식사였던 만큼 업무 외 재해이고, 이에 따른 보험금 역시 유족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법원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우선 재판부는 업무상 재해라는 회사 측 주장에 선을 그었습니다. 업무상 재해 여부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이뤄진 행위인지 등이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재판부는 해당 식사 자리를 회사의 지배·관리 아래 이뤄진 업무의 연장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부 직원이 식사에 참석하지 않았고 참석이 강제됐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법원은 음식물이 기도를 막은 사고 역시 보험약관에서 정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고 보고 상해사망 보험금 지급 사유를 인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족은 회사가 가입한 단체보험에서 1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산재 아니어도 회사 '단체보험금' 받을 수 있다
이번 판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았는데도 회사 단체보험의 보험금은 지급됐다는 점입니다. 보통 회사가 가입해준 단체보험이라고 하면 근무 도중 발생한 사고나 산업재해를 보상하기 위한 보험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단체보험의 보장 범위와 산업재해 인정 여부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체보험은 기업 등이 소속 구성원의 사망이나 상해 등을 보험사고로 가입하는 보험입니다. 회사가 계약자이고 직원들이 피보험자가 되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대법원 역시 단체보험을 구성원의 사망·상해 발생에 대비해 단체의 재해보상이나 후생복리 비용 등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보험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가 가입한 단체보험이 일상생활 중 발생한 상해까지 보장하도록 설계돼 있다면 업무시간이나 사업장 밖에서 발생한 사고도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휴일이나 퇴근 이후 발생한 교통사고 ▲여행이나 일상생활 중 발생한 사고라도 해당 단체보험의 보장 범위에 들어가는지 별도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회사마다 가입한 상품과 담보가 다르고 질병·상해 여부, 면책사유 등도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급 여부는 해당 보험계약과 약관을 확인해야 합니다.
보험료는 회사가 냈는데 왜 유족이 받을까
그런데 회사가 보험사와 단체보험 계약하고 보험료를 부담했는데 보험금이 어떻게 유족에게 돌아갈 수 있었을까요?
과거 단체보험에서는 회사가 보험계약자뿐 아니라 사망보험수익자로 지정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업무 외 사고로 직원이 사망한 경우까지 회사가 보험금을 가져가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오랫동안 분쟁이 이어졌습니다.
법원은 단체보험의 목적과 회사와 근로자 사이의 약정 등을 종합해 업무 외 재해에 따른 보험금이 근로자나 유족에게 귀속되는지를 판단해왔습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계약서상 보험수익자는 회사였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A씨가 업무 외 재해로 사망했고, 업무 외 재해 보험금까지 회사에 귀속시키기로 한 별도의 약정 등이 없었던 만큼 보험금은 유족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보험계약상 수익자는 여전히 회사였기 때문에 유족이 자신의 보험금청구권을 근거로 보험사에 곧바로 1억원을 요구할 수는 없었습니다.
회사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자 유족들은 회사가 보험사에 가지고 있는 보험금청구권을 대신 행사하는 '채권자대위권'을 근거로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인정한 겁니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회사가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족이 회사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면서 보험사를 상대로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계약서에 회사가 보험수익자로 적혀 있다고 해서 업무 외 사망보험금까지 반드시 회사의 몫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업무 외 사망보험금 수익자도 유족으로
금융감독원도 이런 분쟁을 줄이기 위해 단체사망보험 제도를 여러 차례 손봤습니다.
먼저 금감원은 지난 2016년 단체상해보험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했습니다. 당시에는 회사가 직원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하면서도 정작 유족은 회사가 단체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이나 보험금 지급 사실을 알지 못하는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이에 기업이 사망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유족 확인 절차를 마련하고, 보험수익자가 직원이 아닌 경우 보험금이 기업에 지급된다는 사실을 유족에게 알리는 절차를 강화했습니다.
다만 당시 개선은 회사가 보험수익자가 되는 계약 구조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후에도 기업이 수익자인 단체보험에서 업무 외 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기업과 유족 사이에 보험금 귀속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자 금융당국은 수익자 지정 방식 자체를 다시 손봤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2025년부터 기업이 수익자인 단체보험에서 '업무 외 사유로 인한 사망보험금'은 근로자를 보험수익자로 의무 지정하도록 개선했습니다.
금감원은 당시 제도 개선 배경으로 기업이 보험사로부터 근로자의 사망보험금을 받은 뒤 이를 유족에게 전혀 지급하지 않는 등의 불공정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새 기준이 적용되는 계약에서는 업무 외 사고로 근로자가 사망하면 법정상속인인 유족이 보험사에 직접 보험금을 청구해 수령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제도개선 이전 이미 체결된 장기 단체사망보험에는 새로운 기준이 소급 적용되지 않습니다.
기존 계약의 보험수익자는 계약 체결 당시 약관에 따라 회사 또는 근로자로 그대로 유지됩니다.
따라서 과거에 가입한 단체보험에서 회사가 사망보험수익자로 지정돼 있다면 이번 사건처럼 업무상·업무 외 사망 여부와 회사와 근로자 사이의 약정 등에 따라 보험금 귀속 관계를 별도로 따져봐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인이 가입한 단체보험, 유족이 찾으려면
그렇다면 앞선 사건의 유족은 고인이 회사 단체보험에 가입돼 있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번 사건의 경우 유족 측은 회사가 사망진단서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고인에게 단체보험이 가입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우연에 기대지 않더라도 가입 사실을 확인할 방법은 있습니다. 상속인은 금감원의 '상속인 금융거래조회서비스' 등을 통해 고인의 보험계약 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데요.
단체보험의 경우에도 고인이 피보험자로 가입돼 있다면 보험회사와 상품명, 증권번호, 계약상태, 보험계약관계, 보험기간 등의 가입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입니다. 다만 조회 화면에서 구체적인 사망보험금 액수나 실제 지급 가능 여부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조회 결과 고인이 직장 단체보험의 피보험자로 확인된다면 해당 보험사에 직접 연락해 사망 당시 어떤 담보에 가입돼 있었는지, 사망보험금 지급 사유에 해당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단체보험은 회사별로 계약 내용과 보장범위가 다른 만큼 가입 사실을 확인했다면 해당 보험사에 ① 사고 당시 계약이 유효했는지 ② 상해·질병 중 어떤 사망담보가 있는지 ③ 해당 사고가 지급 대상인지 ④ 사망보험수익자는 누구인지까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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