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아반떼까지 수백만원 인상…가격표에 '술렁' [취재 여담]
현대자동차의 잇따른 신차 가격 인상을 두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차량의 상품성과 첨단 사양을 강화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백만 원씩 오른 가격표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테슬라와 비교하면 가격 인상의 문제가 더욱 선명해집니다.
올해 초 테슬라는 국내에서 모델Y RWD 가격을 5천299만원에서 4천999만원으로 300만원 낮췄습니다. 롱레인지 AWD도 6천314만원에서 5천999만원으로 내렸습니다.
테슬라가 이후 7월 가격을 다시 최대 700만원 올리기는 했지만, 국내 시장에서 가격을 적극적으로 조정하며 수요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펼쳤다는 점은 현대차와 대조적입니다.
실제로 지난 7월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는 테슬라 모델Y가 그랜저와 셀토스 등을 제치고 판매 1위에 올랐습니다. 가격 인하와 보조금 효과로 국산 인기 차종과의 실구매가 격차가 좁혀진 것이 판매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현대차는 최근 신차 가격을 잇달아 올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모델이 그랜저입니다.
[신형 그랜저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지난 5월 신형 그랜저를 출시하면서 신기술과 소프트웨어 기능 등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트림에 따라 가격이 기존보다 300만~500만원가량 올랐습니다.
그랜저에 이어 국민 첫차로 꼽히던 아반떼까지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8세대 완전변경 모델인 신형 아반떼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델 모두 트림에 따라 기존보다 300만~400만원가량 비싸졌습니다.
문제는 상위 트림에 옵션을 더하면 아반떼 가격이 4천만원을 훌쩍 넘어선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신형 아반떼의 풀옵션 가격은 4천234만원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에 4천만원이 넘는 가격표가 붙으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 가격이면 다른 차급을 선택하겠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현대차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이 단순한 ‘가격 올리기’는 아닙니다.
신형 아반떼는 차체를 키우고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인포테인먼트, 생성형 AI 등 상품성을 강화했습니다. 현대차 역시 사양 추가와 부품 증가 등을 가격 인상 이유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자동차를 구매할 때 보는 것은 결국 최종 가격입니다.
특히 고물가와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얼마나 좋은 차인가’ 못지않게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인가’가 중요한 구매 기준이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아반떼의 가격대가 올라가면서 현대차의 아래쪽 가격대가 비어버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아반떼 아래에 소형 세단이나 해치백 등이 자리하면서 2천만원대에서 국산차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산 소형차 라인업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아반떼마저 고급화되면 2천만원대 차량을 찾는 소비자들이 다른 브랜드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로서는 부담입니다.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더 좋은 차’를 만드는 것에서 ‘더 합리적인 가격의 차’를 만드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가 최근 강조하는 고급화와 상품성 강화 전략이 성공하려면, 동시에 소비자가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차량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자동차 한 대에 수백만원씩 가격이 오르는 동안 경쟁사들은 가격을 내리거나 보급형 모델을 내놓고 있습니다.
테슬라와 신형 그랜저, 아반떼의 가격표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하나입니다.
차량의 상품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하지 못하면 ‘좋은 차’가 아니라 ‘비싼 차’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현대차가 국내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어떻게 회복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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