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600원 위협했다가 1300원대 눈앞…변동성, 금융위기 이후 최고
SBS Biz 이한나
입력2026.08.09 11:10
수정2026.08.09 11:25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1,560원에 육박하며 1,600원선을 위협했던 환율이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수출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환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외환당국의 이례적인 공조 개입으로 동아시아 통화가 동반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환율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300원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월간 변동폭 50원 육박…환율 1,410원도 하회
오늘(9일) 서울외환시장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평균 월간 환율 변동폭(오후 3시 30분 기준·전월 말 대비)은 47.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 변동성이 극심했던 2009년(61.2원) 이후 가장 큰 수준입니다.
역대 월간 환율 변동폭이 평균 40원을 넘은 것은 외환위기였던 1997년(72.2원), 1998년(97.6원),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68.3원), 2009년(61.2원)뿐입니다.
월별로 보면 환율은 중동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90.4원 상승한 뒤 4월에는 미·이란 협상 기대 등으로 46.8원 하락했습니다.
이후 5~6월에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와 중동 불안이 이어지며 각각 24.6원, 41.5원 상승했지만, 7월에는 125.4원 급락했습니다.
일일 변동성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컸습니다.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환율 일일 변동폭(오후 3시 30분 기준·전 거래일 대비)은 평균 8.2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2009년(평균 9.4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평균 5.0원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한 달러 매도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달러 약세까지 겹치며 환율은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환율은 지난 8일 오전 6시 1,409.5원으로 한 주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 저가 기준으로는 1,407.3원을 기록해 지난해 10월 2일(1,399.5원)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지난달에는 외환시장 수급 환경 변화와 엔화 약세, 달러 강세 완화 등으로 환율이 1,400원대 초반까지 빠르게 하락했습니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자금을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가 이어지면서 외환시장 수급도 원화 강세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 외환당국이 엔화 약세 대응을 위해 공동 개입에 나서면서 동아시아 통화 전반의 강세를 이끌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31일 엔화를 공동 매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아시아 외환위기였던 1998년 이후 28년 만입니다.
164엔에 육박했던 엔/달러 환율은 한때 155엔대로 하락했다가 지난 8일 기준 157엔대로 올라왔습니다.
원화도 이에 동조해 강세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을 언급한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약해진 점도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지난 7일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내 금리 인상 전망이 후퇴했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99.399까지 하락했습니다.
환율 급락에 기업들 환 관리 부담
최근 환율 하락 속도는 지난해보다도 훨씬 빠릅니다.
환율은 지난달 2일 1,555.8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뒤 지난 7일까지 25거래일 동안 139.7원 하락했습니다. 하루 평균 5.6원씩 내린 셈입니다.
이는 지난해 4월 9일부터 6월 30일까지 하루 평균 2.5원 하락했던 것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입니다.
원화 강세는 물가 안정과 외환시장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급격한 환율 하락은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과 환 손실 가능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추가 상승을 예상해 달러 매도 시점을 늦춘 수출기업들은 일부 매도 타이밍을 놓쳤을 수 있다"며 "수입기업도 고환율 지속을 예상해 선물환을 매수했다면 환 손실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 우려도 제기됩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환율이 단기간에 급락하면서 중소·중견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할 수 있다"며 "환율 급락으로 경영계획 수립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300원대 안착 가능" vs "수급 따라 반등 가능성"
시장에서는 심리적 지지선인 1,400원이 무너지면 환율이 1,300원대에 안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민혁 이코노미스트는 "1,400원이 1차 지지선이 될 것으로 보이며, 연준의 금리 동결과 국제유가 안정이 이어진다면 1,300원대 안착도 가능하다"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국내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라 서학개미와 외국인 자금이 해외로 이동하거나 미·일 외환당국의 공조 효과가 약화돼 엔화가 다시 약세를 보일 경우 원화도 약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SK하이닉스발 달러 수급 쏠림으로 환율이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하락한 측면이 있다"며 "8월 중 1,300원대에 진입하더라도 이후 수급이 균형을 찾으면서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외환시장 전문가는 "국내 증시 약세가 이어질 경우 투자자들이 다시 해외 투자에 나서면서 달러 매수 수요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며 "환율이 1,300원대에 안착하기보다는 연내 저점을 1,380원 안팎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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