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3백만원 폰·4천만원 아반떼…쓸 땐 쓴다? [취재여담]

SBS Biz 김기송
입력2026.08.06 14:18
수정2026.08.08 06:00

[사진=삼성전자·현대차 제공]

고물가·고환율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는 뉴스만 쏟아지는 요즘, 300만원에 가까운 폴더블 스마트폰과 옵션을 더하면 4천만원이 넘는 준중형 세단이 동시에 높은 초기 판매 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비가 위축됐다지만, 매일 오래 쓰는 제품에서는 오히려 최고급을 고르는 '선택적 프리미엄' 소비가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늘(8일) 전자·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갤럭시 Z폴드8은 최상위 모델이 345만원까지 올라 국내 폴더블폰 사상 처음 300만원대에 진입했습니다. 그럼에도 Z시리즈 사전판매 물량은 144만대로 역대 사전판매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신형 '디 올 뉴 아반떼'는 계약 첫날 1만1094대로 7세대 첫날 기록(1만58대)을 넘어섰습니다. 계약자의 절반 이상인 52%가 최상위 '인스퍼레이션' 트림을 선택했습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여기에 모든 옵션을 더하면 4천만원을 넘습니다.

'가격을 올렸는데도 잘 팔린다.' 얼핏 보면 앞뒤가 안 맞는 얘기 같지만 여기에 이름 붙은 소비 심리가 있습니다. 바로 '트레이딩 업(trading up)'입니다. 2003년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처음 제시한 개념인데, 모든 소비를 줄이는 대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정 품목에는 '한 단계 위' 제품을 선택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값을 아낄 품목과 아끼지 않을 품목을 소비자가 스스로 나누고, 가치 있다고 느끼는 몇 가지에만 예산을 몰아주는 겁니다.
Z폴드8과 아반떼가 정확히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스마트폰은 하루에도 수백 번 손에 쥐고, 자동차는 매일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오래, 자주 쓰는 물건일수록 구매 가격보다 쓰는 동안의 만족도가 더 중요해지고, '이 정도는 나를 위해 쓸 수 있다'고 정당화하기도 좋습니다.

삼성전자가 Z폴드8에 4대3 비율의 대화면을 적용해 폴더블의 활용도를 한층 끌어올린 점, 현대차가 인스퍼레이션 트림에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와 고급 내장재를 집중한 점도 같은 맥락입니다. 소비자가 기꺼이 추가 비용을 지불할 만한 '한 단계 높은 경험'을 앞세운 전략입니다.

최근 활발해진 중고 시장에서 '높은 용량', '충분한 옵션'일수록 가격 방어가 된다는 점도 소비자 선택을 뒷받침합니다. 되팔 때의 가격까지 고려해 상위 사양을 선택하는 소비자도 있다는 겁니다.



다만 이 흐름이 마냥 밝은 신호만은 아닙니다. 가전이나 자동차 같은 필수재까지 프리미엄화가 번지면 가계의 실질 구매 부담도 함께 올라갑니다. '지르고 보자'는 심리 뒤에는 카드 할부와 렌털·구독 상품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도 짚어볼 대목입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김기송다른기사
日, 네이버 계열 '스노우'에 행정처분…"스텔스 마케팅"
박윤영 KT 대표, 취임 후 첫 AIDC 현장 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