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프라이팬에 '배그' 못 쓴다…상표 등록 무효

SBS Biz 김기송
입력2026.08.04 10:09
수정2026.08.04 11:29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약칭인 '배그'를 프라이팬 상표로 등록한 것은 소비자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특허심판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게임과 주방용품처럼 서로 다른 상품군이라도 게임사의 굿즈와 협업 사업 등을 고려하면 소비자가 공식 상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입니다. 최근 게임업계가 IP(지식재산권) 사업을 식품과 생활용품 등으로 확대하는 가운데 향후 유사 상표 분쟁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늘(4일) 업계에 따르면 특허심판원은 지난 6월 18일 크래프톤이 셰프라인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등록 무효심판에서 셰프라인이란 주방용품 회사의 '배그(BAEG)' 상표 등록을 무효로 하는 심결을 내렸습니다.

셰프라인은 지난 2018년 '배그(BAEG)'를 프라이팬 등 주방용품(제21류) 상표로 등록해 사용해 왔습니다. 이에 크래프톤은 '배그'가 배틀그라운드를 뜻하는 유명한 약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 소비자가 공식 상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다며 상표 등록 무효를 청구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게임과 주방용품처럼 서로 다른 상품군 사이에서도 소비자 혼동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허심판원은 게임과 주방용품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은 아니라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배틀그라운드의 대표 아이템인 '프라이팬'과 크래프톤의 굿즈·콜라보 사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두 상품 사이에 경제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심판원은 크래프톤이 과거 프라이팬 굿즈 협업을 추진했고, 프라이팬 모양 키링을 공식 굿즈로 선보이는 등 게임 IP를 다양한 상품으로 확장해 온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주방용품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셰프라인의 제품 판매 방식도 심결의 근거가 됐습니다. 심판원은 셰프라인이 제품 포장 뒷면에 "본 제품은 무기가 아닌 조리기구이므로 무기 대용으로 사용 시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문구를 다른 안내 문구보다 크게 표시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배그 2.0'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 등을 게임을 연상시키는 정황으로 판단했습니다.

또 심판원은 '배그'가 상표 등록 당시인 2018년 이미 일반 소비자들에게 배틀그라운드를 의미하는 약칭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2018년 배틀그라운드의 약 1조1천억원 매출과 PC방 점유율 40%대, 구글 트렌드에서 '배그' 검색량이 '배틀그라운드'보다 높았던 점, 모바일 게임 광고비 등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특히 심판원은 "특정인의 상표로 인식된다는 것은 권리자의 명칭이 구체적으로 알려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하고 일관된 출처로 인식될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대법원 판례도 인용했습니다. 소비자가 '크래프톤'이라는 회사명을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배그'를 동일한 출처의 상품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면 상표법상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번 심결은 최근 게임업계의 IP 사업 확대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빵'을 비롯한 식품 협업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 상품 사업을, 넷마블은 '쿵야 레스토랑즈'를 활용한 캐릭터 사업을 확대하는 등 게임 IP 활용 범위를 의류와 식품, 생활용품 등으로 넓히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심결이 게임과 주방용품처럼 상품군이 다르더라도 게임사의 실제 사업 확장 가능성까지 고려해 소비자 혼동 여부를 판단한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유사한 상표 분쟁의 판단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특허심판원 심결에 대해 심결취소소송이 제기되면서 향후 특허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습니다.

ⓒ SBS Medianet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김기송다른기사
네이버, 브라질서 GPU 클라우드 사업 추진
갤럭시가 아저씨폰? 이젠 옛말…10대·여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