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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엔화 부양 나선 이유는…"美국채 금리·대미투자 관리 포석"

SBS Biz 이한나
입력2026.08.04 04:52
수정2026.08.04 05:42


미국이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례적으로 일본과 함께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한 배경에는 미국 국채 금리와 대미 투자 등을 고려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 3일 "일본 통화의 약세는 도쿄뿐 아니라 워싱턴에도 문제였다"며 미국의 셈법을 이같이 분석했습니다.

신문은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엔화 가치가 미국 국채 금리를 끌어올릴 위험이 있는 데다 일본이 무역협상을 통해 약속한 수백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어렵게 만들면서 미국이 엔화 부양에 나섰다고 진단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미일 당국이 지난달 30일 밤부터 이달 1일 새벽까지 간헐적으로 엔화 매수·달러 매도 개입을 한 데 이어 3일에도 사흘 연속 개입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지난달 31일 미국과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고 밝혔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엑스(X)를 통해 이를 공식 확인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공동으로 엔화를 매수한 것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8년 만입니다.

WSJ은 "다른 나라를 대신해 미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미국이 이처럼 이례적인 조치에 나선 것은 엔화 강세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문은 "엔화는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금리 차이 때문에 대표적인 자금조달 통화로 활용돼 왔다"며 과거 금융위기에서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시장 불안을 키운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컨설팅업체 이스트아시아이콘의 폴 케이비 대표는 "미국은 엔화의 급격한 약세가 세계 금융 안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을 우려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달러 등으로 환전한 뒤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입니다.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수록 이 전략의 매력은 커집니다.

반면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면 그동안 미국 국채와 주식 등에 투자됐던 엔 캐리 자금이 한꺼번에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상승하는 동시에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이를 사전에 차단할 유인이 컸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31일 5.28%까지 오르며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2년 전에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만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사례가 있었습니다.

일본은행이 2024년 7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자 엔 캐리 자금이 일본으로 복귀하면서 같은 해 8월 5일 닛케이225지수는 12% 급락했고, S&P500지수도 3% 하락했습니다.

당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사흘 동안 20bp(1bp=0.01%포인트) 급등하며 시장 불안을 키웠습니다.

이번 공동 개입 역시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을 낮춰 이 같은 급격한 청산과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을 막으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일본이 환율 방어를 위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공동 개입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WSJ은 "일본이 미국 국채를 대거 매도해 엔화를 방어할 경우 이미 높은 미국 국채 금리에 추가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쓰키 일본 재무상도 향후 시장 개입에 필요한 달러 자금은 미국 국채 매각 대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차입 창구를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일본은 엔화 방어를 위해, 미국은 국채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공동 개입에 나설 유인이 충분했다는 설명입니다.

WSJ은 또 엔화 약세가 지난해 미일 무역협정에 따라 일본이 약속한 5천500억달러(약 79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어렵게 만든 점도 공동 개입의 배경이라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축소와 제조업의 미국 복귀를 위해 달러 약세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습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지난달 말 달러당 164엔에 육박하며 약 40년 만에 엔화 가치가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일본은 지난 4~5월에도 약 700억달러(약 100조원)의 외환보유액을 투입해 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엔화 약세를 되돌리지는 못했습니다.

WSJ은 일본 당국이 최근 시장 개입 과정에서 약 500억달러(약 71조원)를 사용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번 미일 공동 개입 이후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달러당 156엔대 후반으로 하락하며 엔화 가치가 크게 반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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