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콜로 강제청산 위기 '시추에이셔널', 막판까지 SK하이닉스 보유
SBS Biz 김종윤
입력2026.07.31 15:18
수정2026.07.31 19:28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창립자 애션브레너 (사진=애션브레너 웹블로그 캡쳐)]
"머지않아 세상이 깨어날 것"이라던 예언이 정작 예언자 자신에게 현실로 닥쳤습니다.
오픈AI 연구원 출신 리오폴드 애션브레너(25)는 '인공지능(AI)계 노스트라다무스'로 불려 왔는데, 그가 이끄는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이하 시추에이셔널)는 이번 주 AI 관련주 폭락에 따른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로 29일 밤(현지시간) 자산 대부분을 강제 매각할 위기에 몰렸습니다.
세계 최대 멀티전략 헤지펀드로 꼽히는 시타델이 24시간도 안 돼 30일 개장 직전 구원에 나서면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1일 보도했습니다.
특히 시추에이셔널의 마진콜 사태가 27∼29일 급락장의 숨은 배경이자 30일 반등의 도화선으로 지목되면서 이 헤지펀드의 창업자 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애션브레너라는 20대 청년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독일 베를린 출신인 애션브레너는 월반해 15세에 미국 컬럼비아대에 입학, 수학·통계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하고 2021년 수석으로 졸업했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FTX자선재단 '퓨처펀드'를 거쳐 2023년 오픈AI 초정렬(Superalignment) 팀에 합류해 일하다가 정보 유출 혐의로 해고됐습니다.
그는 회사 측 설명과 달리 해외에서의 위협에 대한 경각심 부족을 문제 삼다 쫓겨났다고 주장해왔습니다.
2024년 AI 미래를 다룬 에세이 '상황 인식(Situational Awareness)'을 발표해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정가에서 화제를 모았고, 이 지명도를 발판 삼아 같은 해 샌프란시스코에서 같은 이름의 헤지펀드를 세웠습니다.
반도체·전력·클라우드 등 AI 인프라 확장 수혜주에 베팅하는 전략으로 2년이 채 안 돼 운용자산이 450억 달러까지 불어났고, 올해는 5월까지 수수료 차감 후 270%에 달하는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화려한 성과 뒤 과도한 레버리지가 있었는데, 골드만삭스·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그에게 자기자본의 4∼5배에 달하는 자금을 빌려주며 베팅을 뒷받침했습니다.
시장 급변 시 손실을 증폭시키는 고배율 레버리지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은 셈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주간 AI 관련주가 흔들리자 대출은행들은 태도를 바꿔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에 나섰고, 바클레이스는 "한 섹터에 대한 노출도가 과도하다"며 프라임브로커리지 요청 자체를 거절했습니다.
애션브레너는 마진콜에 대응해 포지션을 청산하기 시작했고, 이 여파는 전 세계 시장에 충격을 줬습니다.
오라클럼캐피털 부크 부코비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9일 급락장을 두고 "솔직히 전혀 정당화되지 않는 매도세였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며 "이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겠다"고 말했습니다.
밀레니엄매니지먼트와 제인스트리트도 시추에이셔널 포트폴리오 인수를 검토했지만, 결국 시타델이 애션브레너에게 직접 연락해 밤새워 협상을 벌인 끝에 30일 개장 직전 헐값에 자산을 인수하는 거래가 성사됐습니다.
이로써 시추에이셔널의 운용자산은 지난 7월 초 450억달러에서 100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시추에이셔널이 보유했던 상장주식에 SK하이닉스·샌디스크·블룸에너지·네비우스 등이 포함돼 있었고, 시타델은 이 중 차입금으로 조달된 자산만 인수했고, 앤트로픽 지분(50억달러 이상) 등 투자자 자본으로 조달된 비상장 자산은 시추에이셔널이 그대로 보유했습니다.
이 거래가 알려지자 30일 뉴욕 증시에서는 그동안 짓눌렸던 반도체·AI 인프라 관련주가 일제히 급반등했습니다.
아이렌·샌디스크·코어위브 등 시추에이셔널이 보유했던 주요 종목이 20% 넘게 뛰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도 8.19% 급등해 1년 3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CNBC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방송에서 애션브레너의 강제 청산 사태를 오히려 긍정적 신호로 짚었습니다.
그는 "이런 식으로 팔아야만 하는 사람들을 걸러내고 나면 결국 바닥을 확인하게 된다고 항상 믿어왔다"며 "이번 일은 하나의 '청산 이벤트'다. 같은 종목에 마진을 낀 투자자가 그 말고도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댄 나일스 애널리스트도 최근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부진과 자본지출 축소를 AI 사이클의 정점이 아닌 일시적 "걸림돌"로 규정하며, 디레버리징이 마무리되면 강한 반등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본 바 있습니다.
애션브레너는 2024년 에세이에서 "초지능의 힘을 인식한다는 것은 곧 그 위험을 인식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것을 망쳐서는 안 된다"고 적은 바 있습니다.
그는 이번 사태로 시추에이셔널을 소규모 비상장 투자기구로 재편해 운용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번 주말인 8월1일에는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 비서실장인 약혼자와 캘리포니아 카멜밸리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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