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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추정의 원칙’ 법에 못 박는다…반도체 ‘암’ 등 대상 확대 전망

SBS Biz 서주연
입력2026.07.31 11:06
수정2026.07.31 12:55


고용노동부가 근로복지공단 내부 지침으로 운영해 온 산재 ‘추정의 원칙’을 법에 명문화하고, 적용 대상을 직업성 암 등 다른 업무상 질병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그동안 근골격계 질환 중심으로 적용돼 온 추정의 원칙을 뇌심혈관계 질병, 호흡기계 질병, 정신질환, 직업성 암 등으로 넓혀 노동자의 산재 입증 부담과 승인 기간을 줄이겠다는 취지입니다.

추정의 원칙은 일정한 직업력과 작업환경, 유해요인 노출 기준을 충족하면 업무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보다 쉽게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노동부는 법제화를 전제로 법령 문구와 적용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와 현장조사를 8월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제화를 전제로 실태조사와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추정의 원칙을 법령에 명확히 하고 실제적인 확대도 같이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직업성 암을 비롯해 여러 부분에서 추정 대상을 확대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질병별 특성에 맞춰 추정 기준도 달라질 전망입니다. 뇌심혈관계 질병은 기존 근로시간 외에 추가 업무상 위험요인을 반영하고, 직업성 암은 유해물질 종류와 노출 수준 등을 판단 기준에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됩니다. 노동부 관계자는 “뇌심혈관계는 근로시간 외에 추가로 볼 수 있는 부분도 고민해야 한다”며 “암은 노출 물질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추정 대상이 확대되면 노동자가 작업환경과 유해요인 노출, 질병과 업무의 인과관계를 개별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한 암처럼 산재 인정 사례와 판례가 쌓인 질병의 경우, 특정 기간 특정 업무와 환경에 노출된 사실이 확인되면 질병판정위원회 심의 없이 산재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될 전망입니다. 강도 높은 심리적 외상 사건과 발병 사이의 시간적 선후 관계가 비교적 명확한 정신질환도 검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노동부 관계자는 “직업력과 노출력, 작업환경을 보고 빨리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은 빨리 해주자는 취지”라며 “경계선에 있는 노동자는 승인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산재 입증 책임 자체를 근로자가 아닌 공단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대상 질병과 적용 기준, 법 개정 일정은 8월까지 진행되는 연구 결과와 실태조사를 토대로 확정될 예정입니다.

정부가 추정의 원칙 법제화에 나선 배경에는 장기간 이어지는 산재 심사 문제가 있습니다. 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평균 산재 판정 처리 기간은 227.7일로 약 7개월에 달했고, 역학조사가 추가로 필요한 경우 평균 604.4일이 더 걸렸습니다. 일부 사건은 최장 4년까지 소요돼, 산재 결과를 기다리다 사망하거나 신청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노동계는 업무상 질병 심사 기간을 줄이기 위해 추정의 원칙 전면 확대와 법제화를 요구해 온 반면, 경영계는 사업장별 자동화 수준과 작업 방식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일률적 확대는 부당 승인과 판정 공정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충분한 역학자료와 노사정·전문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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