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는 녹는데…레버리지 ETF만 바라보는 금융당국 [시장 엿보기]
SBS Biz 신현상
입력2026.07.30 08:52
수정2026.07.30 08:57
'계좌가 녹는다'
이제는 비유가 아닙니다.
어제(29일) 코스피는 이틀 연속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며 기어이 5600선으로 추락했습니다.
유례없는 일입니다.
7월 한 달 낙폭은 28.9%. 1990년 이후 가장 큰 월간 하락입니다.
6월 고점과 비교하면 시가총액은 천문학적인 규모로 줄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는데도 주가는 9% 넘게 빠졌습니다.
좋은 실적도 버티지 못하는 시장.
이것이 지금 투자자들이 마주한 현실입니다.
이런 패닉 앞에서 투자자들이 기다리는 것은 하나입니다.
정부가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입니다.
그런데도 지금 금융당국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어제 장 마감후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F4)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개인별 투자한도로 총량 관리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결정이 나오기까지도 정부 경제라인 수장들은 엇박자를 보였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는 달리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레버리지 ETF뿐 아니라 시장전반을 함께 봐야 한다"며 시장 변동성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았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 AI 투자에 대한 기대 변화, 반도체 쏠림, 글로벌 투자심리 악화 등 이번 급락의 원인은 하나가 아닙니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정부 안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쪽에서는 '레버리지 ETF가 핵심 문제'라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것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누가 더 맞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이 정부의 일관된 메시지를 듣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당국의 관심이 시장 안정보다 레버리지 ETF 규제에 쏠려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시장을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지에 대한 정부의 입장입니다.
레버리지 ETF 시장을 손보는 일과 시장 전체의 패닉을 진정시키는 일은 분명 다른 차원의 과제입니다.
그런데 지금 시장은 금융당국이 전자에 몰두하는 사이, 후자는 뒷전으로 밀려난 것은 아닌지 묻고 있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분명 손봐야 할 상품입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변동성이 큰 만큼 제도 개선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평상시에 차분히 논의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틀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패닉 국면에서 시장 전체를 향해 가장 먼저 던져야 할 메시지는 아닙니다.
지금 투자자들이 궁금한 것은 정부가 현재 시장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으며, 어떤 상황이 되면 어떤 대응에 나설 것인지입니다.
증시안정펀드든, 공매도와 관련한 추가 조치든, 다른 시장 안정방안이든 정책의 내용은 정부가 판단할 일입니다.
정부도 29일 F4 회의에서 '펀더멘털은 견조하다'는 진단을 내놨지만 이는 패닉에 빠진 투자자에게 필요한 메시지가 아닙니다.
적어도 투자자들에게는 '정부가 시장을 지켜보고 있고, 필요하면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만큼은 분명하게 보내야 합니다.
패닉셀은 숫자가 아니라 공포가 만듭니다.
불이 났는데 불길을 잡기보다 소화기 규격부터 따지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입니다.
지금 투자자들이 기다리는 것은 또 하나의 규제가 아닙니다.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강하고 분명한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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