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의료기기 쓰는 한의원 500곳…구매 막히자 "공정위 간다" [취재여담]
SBS Biz 이정민
입력2026.07.29 13:41
수정2026.07.29 15:51
이번엔 피부미용 의료기기 업체 클래시스의 공지가 도화선이 됐습니다. 슈링크로 잘 알려진 클래시스가 "자사 제품과 소모품을 한의원·치과 대상으로 유통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며 "사후관리(A/S)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입니다.
클래시는 "법적 리스크", 한의계는 "압박"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클래시스의 입장은 "판매를 중단했다"기보다는 "애초부터 법적 리스크를 고려해 거래하지 않았다"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한의계는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업체의 자율적인 판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사단체의 지속적인 압박이 작용한 결과 아니냐는 게 한의계의 주장입니다.
앞서 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와 한국피부비만성형학회 등 7개 의사단체는 한의원과 치과에 대한 미용 의료기기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을 냈습니다.
이들은 "면허 범위와 교육 과정이 다른 직역에 전문 의료기기를 무분별하게 판매하고 약식으로 교육하는 행위는 의료 안전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한의계는 이미 한의사의 피부미용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여러 차례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누가 장비를 살 수 있느냐'를 넘어, 의료 영역에서 직역 간 업무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사용하는 한의원 500곳 추산"…한의협이 꺼낸 공정위 카드
취재하면서 눈에 띈 부분은 법적인 판단과 현장의 현실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점입니다.
한의협은 현재 약 500곳의 한의원이 피부미용 의료기기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제조사가 직접 판매하지 않더라도 중간 유통업체를 통하거나 중고 장비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다는 겁니다.
한의협이 이번 사안을 단순한 판매 정책 문제가 아니라 '시장 경쟁 제한' 문제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협회 차원의 대응과 관련해 한의협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이른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방안을 법제팀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의협이 근거로 제시한 것은 지난 2016년 공정위 제재 사례입니다.
당시 공정위는 대한의사협회와 전국의사총연합, 대한의원협회 등 3개 의사단체가 의료기기 업체와 진단검사 기관을 상대로 한의사와 거래하지 말 것을 요구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11억3천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공정위는 의료법상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구입 자체가 불법이 아니며, 학술·임상연구 목적이라면 일반 한의원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의사단체들이 의료기기 업체인 GE헬스케어 등에 한의사와는 목적을 불문하고 거래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거래 여부를 감시·제재한 행위는 의료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위법 행위라고 봤습니다.
한의협은 이번 클래시스 사안 역시 당시 사례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과거 공정위 판단은 특정 의료기기 거래 제한 행위에 대한 판단일 뿐, 미용 의료기기 사용 문제 전체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결국 이번 갈등은 장비 사용의 적법성 문제를 넘어, 의료기기 시장에서 직역 간 영향력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으로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공정위 신고 여부와 함께 정부와 사법부가 의료기기 사용 범위와 직역 간 역할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또 다른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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