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중동 리스크에 다시 털썩…이번주 내내 사이드카
[코스피와 코스닥이 모두 급락한 24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국제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실적 시즌을 맞아 다시 살아나나 싶던 국내 증시에 오늘(24일) 찬물이 끼얹어졌습니다.
더욱이 주말을 앞두고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 우려가 커지면서 일단 매도한 뒤 상황을 지켜보려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급락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72%(406.27포인트) 내린 6,690.62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400포인트 넘게 하락하면서 하루 만에 7,000선을 반납했습니다.
급락세에 오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올해 들어 벌써 41번째 사이드카 발동이자 21번째 매도 사이드카입니다.
코스닥 지수도 5.32%(42.06포인트) 하락한 748.22로 장을 마쳤습니다.
역시 오전에 코스닥시장에서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이는 중동 정세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면서 최근 큰 변동성에 위축될 대로 위축된 투자 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영향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이란을 13일째 공습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지하 핵 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곡괭이산에 대한 강력한 타격을 예고하면서 양국 관계 악화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양국 갈등 격화에 주요 기름길인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의 핵심 관문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통항이 제한되면서 국제 유가도 다시 치솟고 있습니다.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이미 100달러를 뚫었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90달러선을 웃돌았습니다.
두 해협을 지나는 원유 공급량은 전 세계의 약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차질이 계속될 경우 4분기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국제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에 시장 금리도 다시 급격한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습니다.
시장 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70%까지 뛰었습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도 101을 기록하며 100을 넘어섰습니다.
이처럼 고유가·고달러·고금리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 지난주 이후 4% 이상 급등락한 날이 6거래일에 달했습니다.
다만 이번 주 들어 본격적인 2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국내외 기업의 잇따른 호실적에 지수가 잠시 우상향하며 증시가 살아나나 싶었지만, 중동 상황 악화에 따른 '3고 현상'에 힘없이 주저앉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상·하방 재료가 혼재하면서 이번 주 내내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후퇴했고, 장 중 낙폭 확대되며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며 "이번 주 코스피, 코스닥에서는 5거래일 연속 사이드카 발동되며 극심한 변동성 장세가 지속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전날 AI 인프라 투자의 결과로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한 점도 시장에 우려를 낳았습니다.
하장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알파벳의 FCF(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 전환은 상징적 의미가 있다"면서도 "하이퍼스케일러 합산 OPM(영업이익률) 추정치 역시 개선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비우호적인 매크로 환경에 코스피시장에서 최근 4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던 외국인 투자자가 이날 3조2천828억원어치를 팔아치웠습니다.
개인이 5조1천784억원 순매수했지만 돌아선 외국인과 1조9천513억원 순매도한 기관에 하락하는 지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종목별로도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가 7.59%, SK하이닉스가 8.34%씩 급락했고 관련주인 SK스퀘어가 9.17%, 삼성생명이 3.49%, 삼성물산이 5.00% 하락했습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개인이 4천887억원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천335억원, 3천587억원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습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군사적 갈등이 지속하며 유가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가 고조될 전망"이라며 "미국과 이란은 결국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것으로 판단하나 아직은 협상에서 사용할 레버리지를 확보하기 위한 단계에 머무르는 중"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그는 "후티 반군의 위협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비해 제한적으로, 대안 경로가 존재하고 2024년 후티 공격에도 불구하고 선박들은 해협을 꾸준히 통과해 왔고 미국과 이란의 갈등 양상도 이스라엘 불참과 이란의 공격 범위 등 3∼4월 당시와 다르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확인해야 할 사항으로 이스라엘의 참전 여부, 미국 휘발유 가격과 금리를 꼽으며 "휘발유 가격이 지난 5월 수준으로 돌아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스탠스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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