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잡을 건보 특사경…의료계 "즉각 중단"
SBS Biz 오정인
입력2026.07.24 13:52
수정2026.07.24 13:59
정부가 사무장병원 등 불법 의료기관을 단속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오늘(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어제(23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16일 보건복지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정책이 다시 언급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즉각적인 추진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의협은 "사무장병원 단속을 명분으로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비공무원인 보험자에게 강제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수사 전문성이 부족한 기관에 강제수사권을 부여하면 권한 남용과 의료기관에 대한 과잉 수사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건보공단은 의료기관과 수가계약을 체결하는 보험자이자 계약 당사자"라며 "재정 확보를 명분으로 수사권을 확대하려는 접근은 특사경 제도의 본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사무장병원 근절 방안으로는 ▲의료계와 수사기관 간 협력 강화 ▲의료기관 개설 단계에서 지역의사회를 통한 검증 강화 ▲의협 전문가평가단의 법적 기반 마련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습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사무장병원이 개설되기 전 적발 단계가 더 강력한 대책"이라며 "병원 개설 단계에서 사무장병원이 의심되는 경우 신고 및 확인 과정을 통해 개설을 막고, 이를 심의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개설된 사무장병원의 경우 수사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경찰에서 '사무장병원 특별수사대' 등을 만들어 수사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은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 지시 이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 등을 단속하기 위해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어 지난 3월 5일 국무회의에서도 건보공단 특사경을 신속히 도입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복지부는 올해 안에 건보공단 특사경 도입을 위한 관련 근거 법률 개정을 완료하고 내년 중 도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지난 2월부터 급여상임이사를 단장으로 하는 '사무장병원·약국 특사경 추진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담 TF는 총 37명 규모로 구성됐으며 전문가 자문위원회 운영, 선행기관 벤치마킹, 외부 컨설팅 등을 거쳐 특사경 제도 도입과 운영방안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사경 운영을 위한 수시 정원은 31명으로 지난 5월 28일 재정경제부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관련 법령이 마련된 이후 조직개편이 시행되고, 2029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입니다.
전 의원은 "건보공단 특사경은 무제한 수사권을 주자는 게 아니라 불법개설기관 범죄에 한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가짜 진료와 가짜 환자를 만들어내는 불법개설기관을 근절하지 않고선 건강보험 지속가능성도, 의료 질서도 지킬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서도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습니다. 전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윤준병·박균택·서영석·김주영·이광희 의원, 국민의힘에서는 이종배·조배숙 의원 등이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 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비공무원에 대한 수사권 부여 등에 대한 우려로 장기간 계류된 상태입니다.
이런 가운데 건보공단 새 수장으로 강청희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관련 법안 추진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건보공단 내부에서도 강 이사장에게 최우선 과제로 특사경 제도 도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건보공단 노조는 성명을 통해 "건보 재정이 보장성 강화가 아닌 의료공급자와 민간보험사, 제약사의 이익 창출에 소진되는 구조는 혁파돼야 한다"며 "특사경 제도 도입, 비급여 관리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강 이사장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지난 20일 강원 원주 건보공단 본부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강 이사장은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정말 필요한 국민에게 더 두텁게 지원하겠다"며 "보험료 부과의 공정성을 높이고 생계형 체납자는 보호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부회장,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용인시 기흥구 보건소장, 한국공공조직은행 은행장 등을 지낸 강 이사장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를 맡으며 보험급여 정책과 실무를 총괄했습니다.
강 이사장은 급여상임이사 시절 "경찰도 수사의 전문성이 있지만 수사에서 기소가지 진행되는 동안 많은 사해행위가 이뤄지고 돈을 빼돌린다"며 "효과적으로 단속하고 기소하기 위해선 건보공단에 어느정도 경찰의 권한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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