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심 아직 불안…삼전닉스 6~9% 급등했다 '반납'
[22일 코스피는 '7천피'(코스피 7,000)를 터치한 뒤 상승 폭을 축소해 6,700대에서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빅테크 알파벳의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오늘(22일) 장중 한때 6% 넘게 급등하던 코스피가 막판 들어 급격히 상승분을 반납하고 '찔끔' 오른 수준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글로벌 반도체 조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기대감에도 극단적 변동성에 피로감을 느낀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멈추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9.75포인트(0.74%) 오른 6,797.70으로 마감했습니다.
4.51% 오른 7,052.09로 출발해 4거래일 만에 '7천피'를 회복한 지수는 장중 6.20% 급등한 7,166.00까지 치솟았습니다.
이에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돼 5분간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이 정지되기도 했습니다.
이로써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양방향 사이드카가 사흘 연속 발동됐습니다.
지난 20일에는 장중 5% 넘게 낙폭이 벌어지며 매도 사이드카가 걸렸는데, 이후 이틀간은 연속으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입니다.
지수를 끌어올린 주체는 외국인이었습니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홀로 2조6천312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외국인은 이번 주 3거래일(20~22일) 내내 순매수를 지속해 총 3조4천567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 중입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이날 각각 1조2천278억원, 1조3천868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
기관 가운데서는 금융투자(9천665억원), 사모(2천574억원), 투신(1천94억원), 연기금(706억원) 등의 순매도가 두드러졌습니다.
금융투자 수급 대부분이 지수상장펀드(ETF)에 따른 움직임이고, 코스피가 상승분을 반납하기 시작한 오후 1시 30분 이후 급격히 매도 규모가 확대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개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 지수를 원점 수준으로 되돌린 셈입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장중 6.56% 급등했던 것이 무색하게 0.58% 오른 26만500원으로 정규장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 9.26% 오른 200만6천원까지 올랐던 SK하이닉스는 하락 전환해 0.33% 내린 183만원으로 마감했습니다.
다만 이런 흐름은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장중 2% 넘게 급등했다가 0.18% 하락 마감했고, 대만 가권지수는 1.34% 올랐지만 TSMC는 0.41% 하락했습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3대 주가지수가 동반 상승한 가운데 반도체 업종 주요 종목들이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했지만, 지속적인 반등 흐름을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7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89% 올랐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29% 뛰었습니다.
특히 마이크론(+12.17%), 샌디스크(+14.27%), 웨스턴디지털(+12.51%), 시게이트(+11.14%)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급등하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5.21% 상승했습니다.
엔비디아 차세대 AI 서버 플랫폼인 베라 루빈이 양산 단계에 진입해 이미 주요 고객사에 공급되고 있다는 소식 등이 AI 인프라 투자 위축 우려를 완화했고,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의 최신 모델 '키미 K3'가 대량의 메모리를 필요로 한다는 진단도 반도체 공급 부족 장기화 전망에 힘을 실었습니다.
UBS와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AI 반도체 조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진단을 잇달아 내놓아 투자심리 회복에 힘을 보탰습니다.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달 말부터 반도체 반등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날 코스피가 급등 후 상승폭을 반납한 배경으로는 한국시간 23일 새벽 나올 예정인 미국 알파벳 실적 발표에 대한 경계심리가 꼽힙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후 들어 금융투자 수급이 이탈하며 상승폭을 반납하는 흐름이 나타났다"면서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사이클 기대가 존재하지만, 대규모 투자 지속 여부에 대한 우려도 혼재 중"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클라우드 사업의 성장과 데이터센터 설비투자 가이던스가 증시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에 알파벳 실적 발표를 대기하며 경계심리가 유입됐고 반도체 업종은 상승폭을 반납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지하 핵시설 공격 위협과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 선언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90달러를 넘어선 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도 증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대규모 매물을 쏟아내며 반도체 조정을 주도했던 외국인이 '사자'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제기됩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간밤 미국 반도체 업종 급등의 배경 중 하나인 옵션 수급은 단기 매매 성격이 강하다면서 "추세적인 매수로 이어질지 여부는 이번 주 빅테크 실적과 AI 투자 계획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아직 완전히 순매수로 방향을 잡았다고 확증하기는 이르다"고 짚었지만, 반도체 중심의 한국 증시에 대한 차익실현 및 비중 축소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을 확률은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이제 시장은 내일 새벽 알파벳 실적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7월 이후 증시 조정은 반도체와 AI를 둘러싼 실적 논란에서 시작된 만큼 이번 알파벳 실적은 AI 수요 가시성을 재점검하는 첫 번째 이벤트가 될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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