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새 총리에 버넘 확정…선명한 노동당 색깔·지역분권 약속
SBS Biz 김종윤
입력2026.07.18 05:53
수정2026.07.18 09:31
[당대회 마친 버넘 대표 (EPA=연합뉴스)]
영국 집권 노동당 앤디 버넘 하원의원이 17일(현지시간) 새 당 대표로 취임하면서 키어 스타머 총리의 후임 총리로 확정됐습니다.
노동당은 특별 당대회를 열어 당 소속 하원의원 403명 중 379명의 지지를 얻어 대표 경선 후보로 단독 등록한 버넘 의원을 대표로 선출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총리에는 월요일 20일 취임할 예정이며, 스타머 총리가 먼저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사임을 공식 보고하고, 찰스 3세가 버넘 대표를 버킹엄궁으로 초청해 정부 구성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버넘 대표는 지난달 18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하원에 재입성한 이후 단 한달 만에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에 '초고속' 입성하게 됐습니다.
스타머 총리는 2024년 7월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어 14년 만에 보수당과 정권 교체를 이뤘으나 잦은 정책 철회와 국정 비전 부족, 인사 오판 등을 지적받으며 지지율이 급락하고 지방선거에서 우익 영국개혁당에 밀려 참패하자 2029년 여름 차기 총선에서 실각을 우려한 노동당 내 강한 압박으로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56세의 버넘 의원은 당내 온건 좌파로 꼽히며 지방 분권과 지역 균형 발전을 주창하는데, 버넘 대표는 취임 연설에서 "1980년대 이후 잘못된 길로 들어서 정치권력이 중앙집권화하고 경제 권력은 민영화했다"며 '모든 우편번호'(지역 곳곳)에서 성장을 촉진하고 지역사회에 권력을 되돌려주는 국정 비전을 펼치겠다고 밝혔습니다.
버넘 대표가 20일 총리로 취임하면 영국은 2016년 이후 10년새 7번째 총리를 맞이하는데,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유럽연합(EU)과 탈퇴 협상,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경제 둔화와 물가 급등, 공공 재정 및 공공 서비스 압박, 정치 분열 등 영국 사회가 직면한 혼란상을 보여줍니다.
버넘 대표는 "내게는 계획이 있다. 우리 모두 그동안 너무 많이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겠다. 국민은 우리가 실행하기를 바라며 우린 그렇게 할 것"이라며 그간 정치에서 무시돼온 '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버넘 대표는 "정치적 방향으로 우리는 야당과 협력하겠지만, 선명한 노동당의 방향을 세울 것"이라며 "우리는 (좌파) 녹색당보다 더 녹색당이 되거나, (우익) 영국개혁당보다 더 영국개혁당이 되려고 하진 않을 것이고 과거 그랬듯이 (중도우파) 보수당의 옷도 너무 많이 입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중도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스타머 체제의 노동당내 좌파 진영에서 노동당이 확고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노동당만의 고유한 색채를 잃어 국민 지지를 잃었다는 반발이 있었던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버넘 대표는 17년간 하원의원을 지내는 동안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 정부에서 문화부·보건부 장관과 재무부 수석 부장관, 내무부·보건부 차관 등을 지냈고, 2017년 중앙 정치를 떠나 그레이터 맨체스터 시장으로 취임한 그는 지역경제 발전을 촉진하고 코로나19 사태 대응 등 행정 능력을 인정받아 3선까지 성공하며 '북부의 왕'이란 별명을 얻었습니다.
버넘 대표는 특히 주택과 공공 인프라, 교통, 교육 등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는 권한을 지역에 맡겨 각 지역에 맞는 경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맨체스터리즘'(Manchesterism)을 설파하며, 맨체스터에 제2 총리실을 둬 지방 정부와 효율적으로 업무를 조율하는 '북부 총리실'(No. 10 North) 설치도 제안했습니다.
연설에서도 버넘 대표는 "(1980년대에) 주택과 물, 에너지, 교통 등 필수재에 대한 통제를 포기했고 사람들은 더 높은 비용에 노출됐으며 더 적은 사람과 더 적은 곳에 부와 권력이 집중됐다"며 필수 인프라를 중심으로 공공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레이터 맨체스터의 친기업 시장이었듯이 친기업적인 노동당 대표가 되겠다"며 '재산업화'를 추진하고 교육의 기회를 늘리겠다며, "웨스트민스터(중앙 의회)와 화이트홀(중앙 정부)로부터 권력을 되찾아와 여러분이 사는 지역에 돌려주겠다"며 지방 분권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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