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20여곳 지분 확보한 트럼프 정부, AI 기업에 '눈독'
SBS Biz 김종윤
입력2026.07.14 17:40
수정2026.07.14 17:4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EPA=연합뉴스)]
첨단 기술 산업 육성과 중국과 공급망 분리를 명분으로 사모펀드나 투자은행처럼 민간 기업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집한 트럼프 2기 정부가 추가 투자 대상으로 AI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양자컴퓨터, 반도체, 핵심 광물 등 20여개 민간 기업 들에 직접 자본을 투입하고 지분을 확보했는데 향후
미국 핵심 성장동력인 인공지능(AI) 기업들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AI 혁신 경제적 과실을 국민과 공유하는 구상과 맞물려 AI 기업 지분 취득 관련 논의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경제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백악관과 이런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NYT가 접촉한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애초 논의의 출발점은 '트럼프 저축계좌' 정책이었는데, 미국인 아동에 과세이연 저축투자계좌를 개설해주는 프로젝트로, 2025~2028년 출생 신생아에게 미국 정부가 1천달러(약 150만원)씩 일회성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AI 기업 지분을 받아 이를 토대로 안정적 고수익을 제공할 새 트럼프 저축계좌를 만드는 안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방안에 AI 업계가 힘을 실어줬습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정부가 자사 지분을 토대로 국부펀드와 유사한 모델을 구축해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 안전망을 만들자는 제안을 공공연히 해왔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AI 업계 고민이 반영된 결과인데, AI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거세져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가 필요한 것과 맞아떨어진 겁니다.
미국에선 AI 도입 확대에 따른 대규모 감원 우려가 치솟고, AI 인프라로 전기요금이 뛰자 데이터센터 구축을 반대하는 주민 집회가 확산했습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조만간 초대형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AI 기업 고성장은 소수의 기술 엘리트와 대형 투자자만 과실을 독차지했다는 비판에 취약했습니다.
지분 취득 명분으로 소득 불평등 완화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안보나 민간기술의 전략 자산화 등을 사유로 내세운 예전 취득과 차이가 있는데, 정치적 반발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습니다.
AI 기반의 국민 펀드는 유력한 민주당 대선주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와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야권 인사들도 적극적으로 제안한 아이디어 입니다.
하지만 AI 기업 지분 취득은 난관도 많은데, 최대 논란은 정부의 시장간섭 문제 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업계에서 '비상식적'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고압적으로 개입했는데, 지분 취득이 이 문제를 대폭 악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앤트로픽의 최신 AI '페이블 5'와 '미토스 5'의 외국인 접속을 전면 금지했고, 메타에 최신 AI 모델의 안전성 평가를 받으라고 압박했습니다.
한 AI 기업 경영진은 "트럼프 행정부가 AI 모델 규제와 지분 취득 문제를 명시적으로 연계한 적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실전 현장에서 이 두 사안이 별개라고 믿는 것은 그야말로 순진한 생각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백악관과 지분 협의에 착수한 오픈AI에 대한 비난 여론도 큰데, 암암리에 규제 특혜를 조건으로 거래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피터 하렐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은 "식당이 조직폭력배에게 보호비를 상납하는 것처럼 AI 기업도 수출 통제나 사업 폐쇄 조처를 피하려 정부에 일정한 몫을 제공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첨단산업을 규제하는 옳은 방법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존 주주도 반발하면서 실제 트럼프 행정부에 지분 9.9%를 줬던 반도체 제조사 인텔의 한 주주는 지난 3월 미 상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당국이 적법 절차 없이 경영진을 압박해 지분을 사실상 강탈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주주가 소장에서 인용한 작년 8월 인텔 이사회 회의록에는 미 상무부 관계자가 인텔에 "정부 제안을 거부할 수 있지만 이에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따를 것"이라며 "이사회는 현 행정부에 친구를 뒀을 때의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관해 지분 계약은 법적 문제가 없었고, 결과적으로 해당 거래는 인텔의 도약을 돕고 국가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반박했습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업 지분 '포트폴리오'는 현재 수십억달러(수조원)로 추산된다고 짚었는데, 실제 지분 소유주로는 국방부, 상무부, 에너지부 등 정부 부처가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분 취득은 크게 광물·반도체 등 핵심 공급망 영역과 양자컴퓨터 등 국가 기간 기술 분야로 나뉩니다.
광물 분야 대표적 사례로는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스로, 중국이 희토류 자원을 무기화하자 미 국방부는 대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작년 7월 MP머티리얼스에 4억달러를 투자해 최대 주주 지위에 올랐습니다.
국방부는 이외 희토류·광물 회사에 투자하면서 이 때문에 국방부에는 월가 출신 전문가들로 구성된 특무 투자팀까지 생겼습니다.
반도체 관련 지분에는 인텔과 엑스라이트 등이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의결권이 없는 인텔 지분 9.9%를 확보했습니다.
주식 매입대금 89억달러는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승인된 보조금 중 미지급된 57억달러와 국방부의 '보안 반도체 독립화' 프로그램에 따라 배정된 32억달러로 충당했습니다.
또 추가로 지분 5%를 사들일 수 있는 5년 만기 신주인수권을 갖는데 신주인수권은 인텔이 파운드리 지분을 최소 51% 이상 보유하지 않을 경우에만 행사될 수 있는 조건이 달렸는데, 인텔의 파운드리 매각을 억제하는 장치인 셈입니다.
엑스라이트는 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작년 말 미 상무부에서 1억5천만달러를 지원받으면서 지분을 넘겼습니다.
원자로 제조사 웨스팅하우스도 포트폴리오에 포함됐는데, 미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원전 건설에 자금 지원을 맡으며 약 8%의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리게티 컴퓨팅, 인플렉션 등 다수의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지분도 확보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이전 미국 정부는 구제금융 등 특수한 경우에만 기업 지분을 인수하고 기업이 회생하면 이를 바로 매각했으며, 민간 투자를 사실상 금기시하는 성향이 강했습니다.
케이토 연구원 스콧 린시컴 무역 전문 변호사는 CNBC와 인터뷰에서 "전시나 경제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트럼프 행정부처럼 많은 민간기업에 투자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과거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일종의 전략적 투자자로 나서 민간기업에 자본을 투입하고 있고, 상업적 수익을 얻으면서도 안보 등 국가적 목표까지 달성하려는 구상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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