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흔드는 '큰손' 빅테크…물량 부담 확산
SBS Biz 임선우
입력2026.07.14 04:29
수정2026.07.14 05:44
엔비디아와 스페이스X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나선 대표 미국 기술기업들이 올해 들어 막대한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시장 수급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발행사의 신용도보다 향후 수년간 대규모 채권 발행이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신규 채권 매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딜로직 데이터를 인용해 알파벳, 아마존, 메타, 오라클, 엔비디아, 스페이스X 6대 하이퍼스케일러가 올해 전세계에서 2440억달러(약 357조7000억원)에 달하는 채권을 발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미 지난해 연간 발행액 1080억달러(약 163조원)의 두 배를 넘어섰으며, 2024년 170억달러(약 25조6000억원)와 비교하면 14배 증가했습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의 AI 채권 발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기술기업들의 투자와 차입 규모가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최근 투자심리가 약화하고 있다고 WSJ은 짚었습니다. 특히 엔비디아가 지난 6월 250억달러(약 37조6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 데 이어 아마존도 최근 250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하자 하이퍼스케일러 회사채 전반의 스프레드가 확대됐습니다.
마켓액세스에 따르면 알파벳의 10년 만기 회사채 스프레드는 최근 한 주 동안 12bp(1bp=0.0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메타의 10년 만기 회사채 스프레드는 16bp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투자등급 회사채 평균 스프레드 상승 폭은 2bp에 그쳤습니다.
알파벳은 지난 6월 AI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800억달러(약 120조6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발행하기로 했으나 채권 시장 반응은 제한적이었습니다. 통상 주식 발행은 부채 증가를 억제한다는 점에서 채권 투자자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여겨지지만 시장은 알파벳의 AI 투자 규모가 기존 예상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습니다.
시장에서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당분간 채권 발행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들은 차입 비용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 시장 수요와 투자자 반응을 고려해 채권 발행 시기를 조절하지만,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컴퓨팅 능력을 선점하기 위해 시장과 금리 수준에 개의치 않고 수백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라이언 융크 뉴플리트애셋매니지먼트 투자등급 회사채 부문 공동책임자는 “채권 투자자들에게는 기술기업들의 발행 물량이 가장 중요한 문제지만, 해당 기업들은 이를 상대적으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자신들이 회사채 시장에 얼마나 많은 물량을 쏟아내고 있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술기업 회사채가 주요 채권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점도 운용사들의 부담을 높이고 있습니다. 라이언 융크 뉴플리트애셋 회사채 부문 공동책임자는 “기술기업 채권에 대한 투자 판단을 잘못하면 한 해 전체 운용 성과가 좌우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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