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쏠림'에…발 빼는 월가 큰손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가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신흥시장 투자의 중심에 섰지만,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세 기업에 쏠린 투자 비중이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하면서, 투자 비중을 줄이며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3일 파이낸셜타임스(FT)외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피델리티인터내셔널, 블랙록, 인베스코, JP모건자산운용 등 글로벌 운용사들은 아시아 반도체 대표주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전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 3개 기업의 MSCI 신흥국지수 비중은 지난달 30일 기준 30.89%까지 확대됐습니다. 1년 전 13.92%에서 두 배 이상으로 커진 규모입니다.
블룸버그는 “세 기업이 신흥국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 S&P500의 ‘매그니피센트7(M7)’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이들 종목의 등락이 사실상 신흥시장 전체 성과를 좌우하는 구조가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신흥시장이 본래 강점이던 분산투자 효과를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레드휠의 제임스 존스턴은 “신흥시장은 미국 시장과 다른 성과를 내는 것이 장점이었지만, 이제는 미국과 신흥시장 모두 반도체 대형주 비중이 지나치게 커졌다”며 “특정 기업에 대한 집중도가 이 정도라면 시장 사이클의 정점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운용사들은 실제 비중 축소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베스코의 윌리엄 램 아시아·신흥국 주식 공동운용책임자는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높아졌고 기술주 편중도 심해졌다”며 “올해 들어 아시아 주식형 펀드에서 삼성전자 비중을 60% 이상 줄이고 그 자금을 기술과 무관한 한국 기업으로 옮겼다”고 밝혔습니다.
블랙록의 웨이 리 글로벌 전략가도 “일부 대형 반도체·메모리 종목의 변동성을 고려해 신흥시장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높은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당분간은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 역시 성장주 비중을 줄이고 신흥시장의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종목으로 투자처를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JP모건자산운용은 인도와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신흥국·아시아태평양 주식 책임자인 마크 데이비스는 “미국의 수출 규제로 중국이 SMIC와 화웨이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은 글로벌 반도체 선도기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새로운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블랙록도 AI 수혜가 예상되는 에너지와 소재, 전력 인프라, 유틸리티 등으로 투자 범위를 확대하며 기술주 편중을 완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반도체 산업 자체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습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투자 과열과 자체 AI 칩 개발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반도체주가 흔들리고 있지만, 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높다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UBS의 수닐 티루말라이 신흥시장 주식 전략 책임자는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사실상 과점 구조를 구축한 기업”이라며 “기술 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경쟁력이 더 강화되는 특성이 있어 장기적으로도 매우 유망한 투자처”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애버딘의 키에론 푼 이사는 인텔 파운드리 사업 회복 가능성을 변수로 꼽았고, 제프리스의 크리스토퍼 우드 전략가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의 기업공개(IPO)가 AI 투자 붐을 활용한 생산능력 확대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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