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시적 갱신, 집주인 잘못?…하남시 과태료에 법원 제동 [취재여담]
SBS Biz 우형준
입력2026.07.10 16:03
수정2026.07.13 17:51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와 월세와 보증금을 그대로 유지하는 묵시적 계약 갱신을 한 것을 두고, 신고를 하지 않았다며 과태료를 부과한 경기 하남시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하남시에 임대주택을 보유한 임대사업자 A씨는 2021년 경기 하남시 소재 임대주택에 대한 임대차계약 신고를 마친 뒤 2년 계약 만료가 다가오자 묵시적 갱신을 진행했습니다. 기존 계약내용에 변동이 없고 임차인과 합의를 통한 갱신이었습니다.
그런데 A씨는 지난해 9월 하남시로부터 400만원의 과태료 부과 통지를 받았습니다. 하남시는 동일한 계약 내용이어도 민간임대주택법상 변경신고 대상이라고 판단,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한 겁니다.
이후 의견 제출 절차를 거쳐 과태료는 200만원으로 감경됐지만 A씨는 과태료 처분 자체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달 25일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라고 판결하며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 "신고 의무 없다고 오인할 만한 사정 있다"
재판부는 임대료와 보증금 등 계약 조건이 변경되지 않은 채 계약기간만 묵시적으로 연장된 점에 주목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위반행위로 인해 행정청의 민간임대주택 관리 업무에 특별한 지장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국토교통부가 전월세 신고제와 관련해 묵시적 갱신은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놓은 점도 고려했습니다.
재판부는 "위반자로서는 민간임대주택법상 신고 의무 역시 없을 것으로 충분히 오인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전월세 신고제와 관련해 "묵시적 갱신 또는 임대료 변경이 없는 갱신은 신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법 개정 전이라"...관행적 처분 지적
하남시는 현행 법령에 따른 집행이었다는 입장입니다.
하남시는 "임대차계약 변경신고가 법정 기한 내 이뤄지지 않아 과태료가 부과된 사안"이라며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행정청의 과태료 처분 효력은 상실되고 법원 판단에 따라 집행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관할 법원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으며 행정청은 법에 정해진 기준에 따라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국토교통부가 법령을 개정하거나 기준을 변경하지 않는 이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과태료 부과 여부를 달리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법원이 과태료를 취소했음에도 현행 법령과 행정 해석이 유지되는 한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임대사업자가 과태료 처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개별적으로 이의신청을 하고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하는 구조여서, 법원 판단과 행정 집행 간 괴리를 줄이기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황호준 변호사는 "민간임대주택법상 신고 의무는 임대료가 과도하게 인상되는 경우 이를 관리하고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라며 "다른 계약 조건은 그대로 둔 채 계약기간만 연장된 경우에 대해서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다소 과한 처사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토교통부가 부동산거래신고법상 묵시적 갱신은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만큼 임대사업자가 동일하게 이해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지자체가 관성적으로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황 변호사는 "지자체가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은 있지만 국회 차원에서도 유사한 과태료 부과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정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지자체 역시 법원의 과태료 취소 결정 사례를 업무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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