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Biz

더 멀어진 중동 '출구'…美·이란 어디로 가는 걸까?

SBS Biz 정광윤
입력2026.07.10 10:52
수정2026.07.10 11:12

[앵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에 서명한 지 3주나 지났지만 충돌은 멈추지 않았고, 호르무즈는 여전히 위험하고, 제대로 된 후속 협상은 열릴 기미가 안 보입니다.



이대로라면 60일간의 휴전은 아무 성과 없이 시간낭비로 끝날 수도 있는데요.

이번 주 양측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기 바빴습니다.

뭐가 문제이고,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정광윤 기자와 상황 분석해 보겠습니다.



[앵커]

그동안 충돌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범위도 넓었고 강도도 셌어요?

[기자]

미 중부사령부는 현지시간 지난 7일부터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습니다.

첫날에만 이란의 방공망과 레이더기지, 소형함 등 80개 넘는 표적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란 국영매체에서 이란군 8명이 숨졌다고 보도하는 등, 공습 수위가 확연히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달 휴전 합의 이래 미군이 대응공습에 나서더라도 이란 측에 미리 통보하고 시설 위주로 겨냥해 사상자 소식이 없었던 것과 달라진 양상입니다.

이에 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바레인과 쿠웨이트 미군기지 85곳을 보복타격했다"고 발표했는데요.

미군의 추가 공습에 이란 측 재보복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앵커]

새로운 이슈가 등장했다기보다, 오히려 상황이 바뀌지 않아서 충돌한 거로 봐야죠?

[기자]

불과 2주 전 상황과 판박이였습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에서 이번 공습은 "이란의 부당한 민간상선 공격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주초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걸프국 유조선 등 3척이 피격됐는데요.

카타르와 사우디는 일제히 이란을 배후로 지목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대해 이란 측은 "해협을 지날 때 허가받고 지정 항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경고를 무시한 결과는 당사자 책임"이라는 겁니다.

앞서 지난달 25일과 27일에도 이란 연안을 피해 반대편 오만 항로를 이용하던 선박들이 연이어 공격당했는데요.

그때도 미군 공습과 이란의 반격이 이어졌고, 양측은 이틀간 충돌 끝에 공격중단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이란이 말을 안 듣고 시간만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발언 수위에서 인내심이 바닥난 게 나타났죠?

[기자]

지난 8일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체결했던 종전 양해각서가 "끝난 것 같다"며 "그들과 거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쓰레기', '지긋지긋한 사람들'이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퍼부었는데요.

미국 협상단이 계속 대화할 순 있다면서도 "시간낭비"라고 불평했습니다.

다만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전면충돌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혀, 휴전 파기 가능성엔 선을 그었습니다.

또 "오늘 밤 더 강력히 공격하겠다"는 말과 함께 "장기전을 추구하지 않는다"며 상반되는 듯한 발언도 내놨는데요.

이란이 계속 반격하는 대신 마지막으로 뺨 한 대 맞고 매듭짓는 걸 받아들이면, 더 때리진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물론 이란 측에선 절대 참지 않겠다며 '단호한 대응'을 선언했습니다.

[앵커]

문제는 공격 강도가 점점 더 세지고 있다는 거잖아요?

[기자]

지금까진 양측 모두 확전을 우려해 '비례적 대응'을 강조해 왔습니다.

비유하자면 서로 번갈아 한 대씩 뺨을 치면서 누가 먼저 멈출지 기싸움을 벌인 겁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주먹질이 오가는 난타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한데요.

로이터는 "강도가 점차 높아지는 반복은 무한정 지속될 수 없다"며 "양측 모두 공격 목표를 더욱 확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런 악순환의 중심에 해협 통제권이 놓여있다고 봤습니다.

이란은 합의 마지막 순간까지 해협 카드를 쥐고 있으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해협 재개방이 종전 협상의 출발점이자 전제조건이라는 건데요.

유럽외교관계위원회 전문가는 "현 상태가 지속될수록 해협은 교착상태에 빠지고 전면전 재개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국제유가도 현재의 교착상태에 변수라고요?

[기자]

그간 해협에 갇혀있던 원유물량이 쏟아져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충돌로 국제유가가 다시 튀어 오르긴 했지만, 지난주엔 전쟁 이전 수준까지 내려가며 단기적인 공급과잉 경고마저 나왔었는데요.

그간 재고를 가득 쌓은 채 발만 동동 구르던 걸프 산유국들이 물량 밀어내기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특히, OPEC에서 탈퇴한 UAE가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자 회원국들 압력에 등 떠밀린 사우디도 증산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고, 점유율 방어를 위해 6년 만에 가격할인까지 단행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JD밴스 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종전 MOU에 대해 "비축유를 일부 보충한 뒤 이란과의 협상테이블에 나서기 위한 것"이라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역대 최저 수준까지 내려간 전 세계 비축유 재고분을 다시 채우기엔 기간이 너무 짧았지만 일시적으로나마 수급난에 숨통은 틔운 상태입니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에 고유가를 진정시키는 게 최대 관심사였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급한 불은 껐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유조선을 해협 밖으로 빼냈기 때문에 유가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란과 합의하고 싶은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아쉬울 게 없다는 듯한 태도까지 보였습니다.

[앵커]

그래서 현재 해협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다국적기구 공동해양정보센터는 지난 7일 해협 통과 선박의 위험도를 '상당함'에서 '심각함'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총 5단계 중 가장 높은 '위기' 바로 아래 단계인데요. '공격 가능성이 있다'에서 '매우 크다'로 바뀐 겁니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최근 공습 개시 전후로 일부 선박들은 이란 측 지정항로를 따라 통과했지만 미국이 제시한 오만 항로를 향하던 선박들은 뱃머리를 돌렸습니다.

로이터는 일부 보험사들이 해운업계에 해협통과 일시중단을 권고했고, 보험료가 급등하는 추세라고 전했는데요.

심지어 국제해사기구가 "선원들 안전이 보장될 수 없는 한 해협통항을 피해야 한다"는 성명까지 내놓으면서 당분간 통행량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종전 협상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엇갈리는 분석이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제 공습은 협상의 일부"라며 미국이 전면적 충돌로 돌아갈 이유는 거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란 정권이 양보를 거부해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지자 협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양해각서를 파기할 여유가 없다"며 협상의 대안이 훨씬 덜 매력적"이라는 국제위기그룹 전문가 발언을 인용보도했습니다.

하지만 협상 재개 문턱은 여러모로 이전보다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최근 미 재무부는 협상기간 동안 이란산 원유 등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던 제재면제 조치를 폐기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란 측에서 합의 위반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다음 협상테이블 마련에 새 걸림돌이 생긴 상태입니다.

게다가 블룸버그는 최근 유조선을 공격당한 카타르가 중재 역할에서 발을 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동 분쟁을 조율한 경험이 풍부한 카타르는 미국 요청에 따라 지난달 MOU 합의에 핵심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실제로 카타르가 손 뗄 경우, 향후 협상이 상당히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정광윤 기자, 잘 들었습니다.

ⓒ SBS Medianet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정광윤다른기사
더 멀어진 중동 '출구'…美·이란 어디로 가는 걸까?
260조원 몰린 SK하닉 ADR 상장…"공모가 주당 149달러" [글로벌 뉴스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