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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계좌에도 서킷브레이커를 만들자 [시장 엿보기]

SBS Biz 신현상
입력2026.07.08 10:31
수정2026.07.08 10:34


주식 투자를 오래 한 사람들은 압니다.


손실은 견딜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손실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능성을 믿으며 버티는 겁니다.

하지만 쉽게 회복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멘탈입니다. 
하루는 -5%, 다음날은 +4%, 다시 -6% 
이런 시장이 계속되면 계좌보다 먼저 지치는 것은 투자자입니다.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다시 오를 것 같은데 버틸까"
이런 생각에 일도 손에 안 잡히고,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의 판단도 믿질 못합니다.

올해 시장이 그렇습니다.
2000년부터 2024년까지 모두 6차례 발동됐던 서킷브레이커가 올해에만 벌써 6번째 발동됐습니다.
서킷브레이커는 일정 수준 이상 급락하면 시장을 잠시 멈춰 투자자들이 냉정하게 판단할 시간을 주기 위한 제도입니다.
그런 제도가 올해 6번이나 발동됐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후의 흐름입니다.
역대 총 11번의 서킷브레이커 발동 사례 가운데 다음 날 증시는 9번 상승했고, 이틀 뒤에도 7번은 상승했습니다. 
극심한 공포 뒤에는 단기 반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반등이 곧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제 10% 떨어진 뒤 오늘 5% 올랐다고 해서 손실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계좌는 여전히 마이너스일 수 있고, 투자자는 다시 찾아올 하락을 걱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올해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은 투자자를 지치게 합니다.
같은 손실이라도 한번 크게 잃는 것보다 조금 회복했다가 다시 잃는 일이 반복될 때 훨씬 큰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런 경험이 반복될수록 투자자는 자신의 원칙보다 시장의 움직임에 끌려다니게 됩니다.
결국 잦은 매매가 늘어나고, 실수도 많아집니다.
시장이 투자자의 돈보다 먼저 자신감을 빼앗아 가는 겁니다. 

그런데 왜 올해는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질까요.
예전보다 시장에 참여하는 자금의 성격이 달라지고, 매매 속도가 훨씬 빨라졌습니다.
외국인 자금은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ETF와 알고리즘 매매는 같은 방향으로 거래를 쏟아냅니다.
특정 업종으로 자금이 몰릴 때도 속도가 빠르고, 빠져나올 때도 순식간입니다.
예전 같으면 며칠에 걸쳐 반영됐을 악재가 이제는 하루 만에 가격에 반영됩니다.
그래서 서킷브레이커도 더 자주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방향을 맞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흔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모든 하락을 피할 수도 없고, 모든 반등을 맞힐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조급함에 투자원칙을 바꾸지 않는 것, 한 번의 급락에 투자 계획 전체를 뒤집지 않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은 언제나 변동성을 거쳐 다시 균형을 찾아왔습니다.
다만 그 과정은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길고, 생각보다 거칠었습니다.
서킷브레이커가 6번이나 발생한 올해, 진짜 위험한 것은 주가가 급락하는 그 순간이 아닙니다. 
흔들리는 투자자의 마음이고, 브레이크없이 매매를 반복하는 행위입니다. 

지금의 상황에서 관망은 도피가 아닙니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판단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 현금도 종목이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내 계좌에도, 내 투자에도 나만의 서킷브레이커를 하나 만들어 둘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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